정부, 비대면에 PA까지 챙기면서…자문단·협의체는 패싱?

정부, 비대면에 PA까지 챙기면서…자문단·협의체는 패싱?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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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시범사업 예정보다 수개월 당겨 시행…운영지침도 없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전면 확대 '일방적' 결정에 우려도

정부가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메우겠다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도들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와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이 그것.

이들 두 제도 모두 이해관계자가 모인 자문 성격의 논의체가 있음에도 보건의료 단계가 '심각'이라는 이유로 협의체 및 자문단을 패싱, 제도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책 결정은 정부의 몫이고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협의체나 자문단은 어디까지나 자문 성격의 조직이기 때문에 굳이 제도 추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마련한 절차를 패싱 할 정도로 정당성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환자와 의사 사이 비대면진료는 현행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실상 불법인 셈. 진료보조인력의 업무 범위 역시 자칫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라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충분한 영역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 44조를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PA 시범사업, 일정까지 앞당겨 시행

보건복지부는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일명 PA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공표했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떠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꺼낸 비상진료체계 일환이다. 보건복지부는 ▲팀 단위 서비스 제공 ▲책임소재 명확화 ▲서비스 질 향상 ▲환자안전 최우선을 기본방향으로 놓고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 PA 간호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개별 병원 차원에서 활용하는 인력으로 불법과 편법 사이에서 오래된 관행으로 굳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수년에 걸쳐 정책 연구를 진행,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관리체계까지 만들어 8개 병원에 시범 적용까지 해봤다. 

지난해 6월에는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를 만들어 6개월 동안 10차례 회의를 하며 고질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 마련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가 27일 수련병원에 공유한 시범사업 계획안은 진료지원인력 개선협의체에서도 합의점을 찾은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협의체는 진료지원인력, 진료보조인력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하기로 하고 영문 표기는 PA(Physician Assistant)라고 하기로 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공유한 계획안은 최종안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수의 협의체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모여 의견을 최종 조율하기로 한 터였다. 하지만 보건의료 위기단계가 '심각'이라는 현 상황을 이유로 정부는 개괄적인 계획만으로 시범사업을 공표했다.

PA 간호사 업무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간호부서 등과 협의해 설정하도록 열어뒀다. 대법원 판례로 확실히 금지된 행위는 업무범위에서 제한하도록 했다. 참여 의료기관 내의 행위는 보건의료기본법과 의료법 59조 1항 등에 따라 보호하겠다고도 했다.

이외 제도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하물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도 '지침'이 있는데 말이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안에 오케이 하는 과정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시범사업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시간을 갖고 올해 하반기에나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상황을 이유로 사업이 반년은 더 당겨졌다. 그러니 사업에 디테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A 시범사업은 업무범위 설정이 관건인데 구체적인 운영지침도 없이 대법원 판례에 따른 명확한 금지 행위 외에는 가능성을 모두 열었다"라며 "병원에 재량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리 보호해 주겠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면 선뜻 위험부담을 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사단체 임원도 "대학병원 원장은 사실 명예직으로 재임 기간 동안 무사고를 가장 바라는 게 현실"이라며 "PA 간호사가 명확하지 않은 의료행위를 했다가 의료사고라도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등에도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비대면진료 자문단은 허울뿐? 전면 허용에 허탈

비대면진료는 현행법체계에서 '불법'의 영역이다. 국회에는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자문단'을 구성했다. 의약단체를 비롯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산업계 관계자가 모여 시범사업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자문단은 시범사업 지침 등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으며 시범사업 지침 위반을 바로잡는 데 역할을 해왔다. 

다만 자문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나오던 터였다. 회의가 비정기적으로 열리다 보니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가 주를 이뤘다. 자문단 회의는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잠정 휴업 상태다. 

그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 일환으로 비대면진료를 종별 구분 없이, 초진 재진 구분 없이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단은 전혀 기능하지 않았다.

자문단 한 관계자는 "자문단은 조직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어디까지나 자문의 역할이라는 한계가 있다"라면서도 "정부는 자문단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놓고도 입맛에 맞게 제도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전공의 업무 공백 대안으로 비대면진료를 확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지 않는다"라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안전성 등이 담보되지 않은 제도를 전면 개방하는 큰 결정을 하면서 외부 전문가와는 어떤 협의를 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은 잘못됐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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