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의대 증원 300명 제안 "조정 매년하자"

의학한림원, 의대 증원 300명 제안 "조정 매년하자"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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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증원 후 2026년부터 의-정 합동 증원계획 제안
박민수 차관 "2000명 증원, 정부 최선의 예측에 근거"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사진=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탁토론회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의협신문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의협신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현재 의학교육 여건을 고려했을 때, 즉시 증원이 가능한 규모는 300명 정도라고 진단하며 2026년부터 의료계와 정부가 합동연구를 통해 증원 계획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의학교육의 질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급격한 증원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함께다. 보건복지부는 2000명 증원은 현 정부 최선의 예측 결과에 따른 결과라며 해당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은 1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필수의료해결을 위한 제도적방안' 원탁토론회에서 "즉시 가능한 규모의 증원은 약 10% 정도"라며 급격한 증원은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교육의 질은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의학교육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들은 급격한 증원이 이러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희철 부원장은 "의학지식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없는 의사에 환자를 맡길 순 없다. 의대에서 한 과목이라도 빠지면 유급을 시키는 이유"라며 "증원이 필요한지를 검토했다면, 교육현장에서 수용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림원의 판단은 갑작스러운 2000명 증원은 불가하다는 것. 즉시 가능한 규모는 현재 정원의 약 10% 수준이라고 봤다.

"미래의료수요 증가에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의료개혁을 통한 변화가능성이나, 입시 혼란, 의료교육의 질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2026년 이후 정원에 대해서는 정부, 의료계의 합동연구를 통해 미래에 필요한 의사수를 추계한 후 년도별 증원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한희철 부원장은 "미래의사인력을 결정할 의사인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의대 정원의 탄력적 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조정은 매년할 수 있다.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적정 의대 정원만으로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2000명 증원이 정부의 최선의 판단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적정 의대 정원'에 대한 질의에 "의사 양성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10년 후를 예측하고, 이에 근거해서 정원을 정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현재 갖고 있는 지적 능력으로 최선의 예측을 했다. 현행보다는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차관은 "의료는 상당히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차원 방정식이다. 의사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며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다시 점검을 해가면서 미래 예측해가면서 결정해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로 불거진 전공의 사태와 관련해서는 "의료계가 '너무 과감하게 간다'며 정부를 나무라는 것은 좋다. 하지만 환자를 등지고 나간 전공의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없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 수 추계와 관련, 2050년도에는 '의대 증원' 없이 과잉 공급이 될 거라고 진단했다. [사진=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탁토론회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의협신문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 수 추계와 관련, 2050년도에는 '의대 증원' 없이 과잉 공급이 될 거라고 진단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 온라인 중계 화면 캡쳐] ⓒ의협신문

의사 수 추계와 관련, 2050년도에는 '의대 증원' 없이 과잉 공급이 될 거란 진단도 나왔다. 해당 연구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 결정에서 참고한 3개 논문 중 하나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수급 총추계는 2035년에는 부족하지만 2050년 이후 부족이 완화하거나 과잉 공급으로 변화한다"며 "한 번 증원한 의사 인력은 다시 돌아키기가 쉽지 않다. 탄력적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치의제도 도입 등 강력한 의료제도 개혁이 이뤄진다면 의사 공급 부족이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홍윤철 교수는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선 현행 '상대가치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면서 "서비스 결과의 질에 따른 지불방식으로, 건강보험재정 효율성과 결과의 질 지향성을 높여야 한다. 의료제도 개혁 없는 의사 수 추계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문의 수는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문제는 '전문과목별 표시과목 불일치율'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흉부외과는 82.0%, 외과는 53.4%, 산부인과는 36.4% 순으로 불일치율이 높았다.

김성근 교수는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 됐기에 '회생'을 얘기해야 할 단계다. 이미 많은 전문의들이 병원에서 본인의 전공분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색 대책이 돼야 한다"며 의료수가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가 선행돼야 하며 인력 확보 정책과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봤다.

"사람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고위험·고난도에 대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소청과의 경우, 정부에서 중증소아·입원을 개선한다고 했는데 소청과 진료 행위 95%가 외래 진료다. 비급여도 거의 없다. 진찰료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 자격)는 정부가 최근 '의사유인수요론'이 1970년대 낡은 개념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최신 논문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의사유인수요론은 의사 수가 증가할 경우, 늘어난 의사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환자의 의료서비스 수요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이다.

조동찬 기자는 "일본에서 2015년 의사 수가 늘어나니 의료비가 증가했다는 논문이 나왔다. 의미 없는 개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50년간 의사수만 늘려선 사망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결론을 낸 미국 예일대 2023년 발표 보고서와 지역의사제를 도입한 영국에서 같은 질병이나 지역마다 사망률이 달라졌다는 2022년 보고서도 소개, 의사를 증원하는 것이나 지역에 의사를 묶어두는 것보다는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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