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손발묶는 정부…사직서 자동효력 생기나

전공의 손발묶는 정부…사직서 자동효력 생기나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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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전공의 계약 기간 있어 민법 적용대상 아니다"
법조계 정면 반박 "부득이한 사유 있으면 효력 자동 발생"

오는 19일이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꼭 한 달째다. 의료계는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으로 생긴다고 보고 있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각종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을 막고 있는 행태도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전공의 신분을 계속 유지토록 하며 손발을 묶는 셈이다.

법조계는 정부의 해석을 놓고 전공의를 '피교육자' 신분으로 봤을 때 충분히 사직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의협신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의협신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사직' 움직임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모두 부인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2명 중 92.9% 수준인 1만1994명이 계약 포기 또는 사직서 제출 후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오는 19일이면 이들이 병원에다 사직서를 제출 한지 꼭 한 달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 등으로 사직서의 효력 발생을 막고 있는 상황. 의료계는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박 차관은 "사직서 효력 발휘 주장은 민법 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는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조항"이라며 "전공의는 일하는 기간이 있는, 즉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이기 때문에 같은 법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이 언급한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 토고를 할 수 있고, 해지 통고를 받은 날부터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지난달 20일 전후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함께 내렸다"라며 "의료법 상 진료유지명령이 지금도 유효하게 발휘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나면 사직서가 효력을 발휘한다는건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법 660조와 661조 ⓒ의협신문
민법 660조와 661조 ⓒ의협신문

전공의들이 사직서 수리금지, 재계약 포기자 강제임용 등은 과한 조치라며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개입을 공식 요청한 데 대해서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정부의 조치들이 ILO 제29호 강제노동금지조항에 위배된다며 변호사를 통해 서한을 보냈다.

박 차관은 "ILO 제29호 협약에서는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강제노동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라며 "현재 전공의의 사직은 국민의 생존,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로서 실제로 진료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29호 협약의 예외에 해당한다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한이 접수되면 필요한 조치들이 있을텐데 의사결정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 법률 전문가는 정부의 법조항 해석에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의원 전문 노무사는 "적어도 근로기준법, 노동법에서는 근로자 본인이 싫다는데 강제노동을 시킬 수 없다"라며 "법을 떠나서 단체로 사직하고 파업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문제인 상황인데 사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을 때 그 진의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법률사무소)는 14일 국회 신현영 의원실에서 주최한 의료대란 관련 법적 쟁점 해석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임 변호사는 "민법 660조 밑에 661조가 있다"라며 "해당 조항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을 때도 부득이한 사요가 있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통상 부득이한 사유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즉 근로자 입장인 전공의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전공의법에서 허용하는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했고, 피교육생 지위에서 더이상 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한다면 명백한 부득이한 사유가 될 수 있다"라며 "전공의 과정은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수련과정인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하지 않겠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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