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재항고 의지 밝혀…대법원 결정 끝까지 기대
"문제는 시간" 5월 안 결정 나와야 '실효성' 있을 듯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계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지만, 집행정지 신청 카드는 아직 살아있는 상태다. 대법원에 대한 '재항고'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각하·기각' 결론을 내렸다.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과대학 준비생들은 제3자라는 점에서 각하를, 의대생들의 학습권에 대해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정부·의료계는 법원 결정에 앞서 모두 재항고를 예고했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공이 다시 대법원까지 넘어갈 거란 얘기다. 실제 판결 직후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으로 넘어간 집행정지 신청은 어떻게 진행될까?
대법원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기각'을 확정하거나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을 결정할 수 있다. 각하·기각의 경우, 그대로 1·2심 결정이 확정된다. 사법부에 기댄 '의대 증원' 저지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집중해야 할 경우의 수는 '파기·환송'부분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 경우, 고등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다시 내려야 한다. 고등법원은 환송심에서 기존 결정을 뒤집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수 있다.
여기서도 정부가 불복한다면, 또다시 대법원에 재항고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집행 정지 신청 인용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정부 역시 의대 증원 절차를 강행하기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때 희박한 확률로 다시 결정을 고등법원에 내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절차가 진행되는 중간 대학교 수시 모집 요강 공고가 나와버린다면, 법원은 '집행 정지' 결정이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신청을 각하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의료계가 본안 소송보다 이번 '집행 정지 신청' 결정에 더 주목했던 이유다.
대학교 수시 모집 일정은 9월 시작된다. 일정상 5월 말까지는 수시 모집 요강을 공고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 정부는 지난 13일 수시 모집 요강 공고일 연기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어렵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의료계의 '초조함'을 고려해 대학 모집 절차를 연기해줄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빠른 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의료계에서는 대법원이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5월 중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병철 변호사는 "시간상 촉박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건의 중대성·긴급성·쟁점 등이 잘 알려져 있어 5월 중 대법원 결정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밝혔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각각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8건이다.
1심 결과 7건이 각하됐고, 부산대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196명이 제기한 1건은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각하가 결정된 건에 대해 의료계는 모두 항고를 진행했고,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온 결과가 처음으로 나온 2심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