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진료는 아니지만,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심정입니다"

"최선의 진료는 아니지만,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심정입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7.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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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병원회, 정기이사회·병원 CEO 포럼…대학·공공 병원 고충 공유
PA 확대, 전공의-PA·간호사-PA 의학적 역할·관계 설정 갈등 불씨 우려
증원된 2000명 수련 이뤄질지 의문…지속적으로 문제점 부각시켜야

<span class='searchWord'>서울특별시병원회</span>는 9일 저녁 롯데호텔서울에서 제6차 정기이사회 및 제36차 병원 CEO 포럼을 열고 의료사태에 맞닥뜨린 각 병원장들의 고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병원회는 9일 저녁 롯데호텔서울에서 제6차 정기이사회 및 제36차 병원 CEO 포럼을 열고 의료사태에 맞닥뜨린 각 병원장들의 고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선의 진료, 최상의 진료는 아니지만,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심정입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장, 공공병원장들의 절박한 토로가 이어졌다.  

PA를 어쩔 수 없이 확대하고 있지만, 전공의가 돌아올 경우 역할과 관계 설정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학병원은 물론, 내년은 중소병원에게 전문인력 확보와 인건비 상승 문제로 힘겨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내려졌다.   

서울특별시병원회는 9일 저녁 롯데호텔서울에서 제6차 정기이사회 및 제36차 병원 CEO 포럼을 열고 의료사태에 맞닥뜨린 각 병원장들의 고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서울 서초·고도일병원)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는 의료계 전체에 엄청난 시련을 안겨줬지만, 그렇다고 좌절만 하고 있을 수 없다"라면서 "우리가 겪는 시련과 위기를 통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삼아야 한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병원장님들의 지혜와 탁견이 필요하다. 고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먼저 교수진 이탈을 막기 위한 어려움이 전해졌다. 

"의료원 산하에 전공의가 없이 시작한 병원이 있어서 그 곳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빠른시간 내에 체제를 전환했다. 지난 시간에 녹아든 PA 운영 방식, 적정 숫자, 운영 체계들을 바로 이식했다. 체제를 바꿔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상급종합병원, 수련병원의 역할이 망가지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나라 의료는 위기에 봉착한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통해 교수들이 마음이 많이 떠났다. 교수들이 개원의보다 소득이 많았던 적은 없지만 이젠 자부심이나 최소한의 메리트도 사라지면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PA가 대폭 확충됐다. PA는 현재 3년 이상의 간호사 경력자 중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원복 불가' 조건으로 채용이 진행된 곳도 있다. 전공의가 돌아오면 의료적인 역할문제, 전공의-PA, PA-간호사 관계 설정 등에서 갈등의 불씨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전공의 수련 체계는 바뀔 수밖에 없다. 수련환경이 개선되고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변화할 것이다. 또 CPN(PA)을 공식화하고 합법화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상황이지만, PA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이 명확치 않다.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 정원, 유지조건, 업무분장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교수 숫자는 늘 수밖에 없는데 당장 사람 뽑는 것도 힘들지만, 다양한 트랙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것도 큰 과제다. 교수 트랙만 네 개이고, 촉탁의까지 포함하면 다섯 개 트랙이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급작스럽게 갈 수 없다. 사람도 못 구하고, 유지도 힘들다. 순차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병원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부분 급한 불이라도 끄는 심정으로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교수진, PA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선의 진료, 최상의 진료는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절박한 심정이다. 교수진 이탈을 막는 데도 고심하고 있다. 교수 가운데 촉탁의나 입원전담의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 분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공의 부분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전공의가 병원 경영의 45%를 차지하지만 미국은 10∼15%정도 조력한다. 이제 전공의보다 다른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모든 병원에서도 이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수련병원이지만 공공병원 역할을 하는 병원의 상황은 어떨까. 

"결이 조금은 다르다. 수련병원이지만 경영상 전공의 포션은 20% 정도다. 다른 롤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019년 입원의학과를 신설하고 입원전담의 7명을 동시에 채용했다. 당시에는 파격이었지만, 이번 상황에서 큰 효과를 봤다. 우리병원도 PA를 20∼30% 늘렸다. 전공의가 복귀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수련병원으로서 의대 정원을 이렇게 늘려놓고 이들에 대한 수련은 어떻게 하려는지 의문이다. 멋대로 줄인 전공의 정원을 그 때 되면 또 멋대로 늘려주겠다고 할지…. 정부가 이렇게 나올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주당 60시간, 24시간 이상 연속 당직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6월부터 42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에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에서 원하는 인원을 무조건 들어주기로 돼 있다. 물론 실사도 나가지 않는다. 신경외과·외과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문의를 뽑아서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게 하겠다는 데 있다. 또 PA를 당직 서게하고 전공의에게 콜하는 방식도 포함돼 있다. 현장에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고 전문의 자체를 구할 수 없다. 정부 지원금도 제 때 지급해야 한다. 우리 병원만해도 약속한 지원금의 20%에도 못미친다. 곧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길 바랄뿐이다. 병원으로서는 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다."  

의료분쟁 안전망 확보 관련 특례법 제정 추진 상황도 전했다. 

"현재 의료사고 안전망을 위한 특례법 제정이 진행 중이다.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주요 사안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단 인원을 100∼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의료소송 전 반드시 중재원을 거치도록 명문화하는 게 골자다." 

구성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모아 맞닥뜨린 어려움에 대응하고 있다.

"개원 당시 전공의 없이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시간과 경험의 내력이 쌓여 응급실 콜이나 수술이 큰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교수님들께 의지와 각오를 당부드린다. '일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각오일 땐 어떻게 든 돌아가지만, '내가 이것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제대로 업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구성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함께 진행된 병원 CEO 포럼에서는 박소연 강점코치(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가 '의료인의 자기 공감'을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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