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가 아니었다! 필수의료 붕괴 진짜 범인은?

'의사 수'가 아니었다! 필수의료 붕괴 진짜 범인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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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risk, low return' 엉터리 수가 속 무너진 의료체계
"타과 대비 저평가된 수가, 상대적 박탈감…시간, 난도 무관"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민진홍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정재승 고려대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교수,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허진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상운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민진홍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정재승 고려대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교수,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허진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상운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의 범인으로 정부의 '엉터리 건강보험수가 책정'을 지목했다.

'필수의료의 붕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까지 확대하며 내세웠던 명분이다. 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를 지켜낼 사람이 없다는 주장. 의사 숫자를 늘리면 필수의료를 하려는 사람도 늘어날 거란 막연한 기대였다.

의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달랐다. '엉터리 수가'.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은 2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다-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전문가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필수의료 수가의 낮은 보상수준'을 꼽았다.

High risk, low return.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적정 보상은 없는 반면 위험도는 매우 높다는 지적. 의료소송과 형사적 책임까지 질 수 있는 환경은 필수의료분야를 기피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는 분석이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 수가 구조에서, 병원의 수입은 결국 의료행위 건수에 따라 결정된다. 대표적 기피과인 소청과·산부인과 등은 절대적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국가는 의료기관이 망한다고 해서 책임지지 않는다. 병원 역시 환자의 충족되지 못한 수요에 책임이 없다. 공급자는 망하지 않는 쪽으로 가기위해 필수의료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각 전문과마다 구체적 예시는 달랐지만, 필수과 의대 교수들은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가 너무 낮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타과 대비 저평가된 수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호소도 터졌다.

박석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외상 및 뇌혈관질환 등 신경외과 분야 수가는 상대가치 점수에서 위험도 산정이 낮게 책정돼 개선이 시급하다. 일본과 비교하면 약 30%수준"이라며 "관련 문제제기를 정부에 상당히 오랫동안 얘기 했는데, 돈을 다 어디에 쓰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상대가치 점수에서 신경외과 집도의 인건비는 수술 수가의 20%내외로 시간당 7만 5000원 내외로 책정된다.

박석규 교수는 "응급수술을 하려면 병원은 진료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시설, 장비, 인력이 필요하다. 당직근무를 하고,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넉넉하지 않다. 당직근무 후 정규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당직 근무를 하더라도 수술이 없었으면 병원 수입이 되지 않기에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당직 근무 체계가 유지될 수 없도록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료가 병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존재라는 설명은 응급의학과에서도 나왔다. 응급의학과에서의 CPR이나 에크모를 구체적 예시로 들었다. 호흡기내과에서 응급의학과 교수를 보조해야 하는데, 보조하는 4∼5시간 동안 호흡기 내과 환자를 못 보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민진홍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야시간대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 내원 환자가 절반 정도다. 힘은 더 드는데 보상은 적은 상황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한 번 밤을 새고나면 2,3일을 앓아 눕는다"며 "고속버스도 심야할증제가 있는데, 최소한 두 명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가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과와 비교했을 때 수가가 저평가돼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고백도 나왔다. 응급실을 적용했을 때, 상대적으로 의료행위가 저평가된다는 설명이다.

민진홍 교수는 "초음파를 예로 들면, 타 초음파는 557.19점인데 우리는 239.22 정도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박탈감을 느낀다"며 "4시간동안 MRI 환자 5명이나 볼걸 그랬나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다-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전문가 간담회 ⓒ의협신문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다-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전문가 간담회 ⓒ의협신문

수술시간과 관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가 체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체외순환수가의 경우, 해외 많은 국가에서 수술시간에 따라 높이 계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단일 수가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정재승 고려대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10시간 수술이나 1시간 수술이나 수가는 같다. 흉부외과에서는 당구장이나 택시 미터기에 비유하면서 한탄하는 일이 많다"며 "인공심폐기의 경우, 체외순환사가 2명 이상 투입돼야 한다. 이런 비용만이라도 최소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저평가된 수가마저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점도 문제"라면서 "심평원 수가 심사체계를 개선해 터무니 없는 삭감 사례를 줄여야 한다. 의료진의 피로도와 병원 부담이 증가하고,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도 덧붙였다.

수술에서 산정하지 못하는 품목이 너무 많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유인책도 부족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교수는 "수술 전 환자에게 덮는 포나 수술복, 수술 장갑은 사용해도 값을 못 받는다. 조그만 덩어리를 떼는 수술이 10만원 정도인데, 이런 값을 다 제외하면 5만원 남는다. 박리다매 조차 가능하지 않다. 개원가에서는 수술하기가 더 어렵다.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보상만 해줘도 병원은 숨통이 좀 트일거같다"고 한탄했다.

"과거 산부인과에서 아랫배를 개복하고, 외과에서 윗배를 개복하면 별도의 수술 수가로 인정받았다"면서 "요새는 복강경으로 수술할 경우, 산부인과 수술 중 외과에서 쓸개를 떼는 수술을 부수술로 본다"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입 보상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짚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원가 보전율이 30∼50%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세부 분과에 대한 수가 이득이 적어, 소청과 세부 분과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가 지원이 잘 안 되는 환경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소청과 환자가 크게 감소했던 일과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사건은 소청과를 기피과로 만든 결정적 사건들"이라며 "젊은 의사들은 저수가 환경, 진료과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의사 수가 아닌 어떤 의사가 나오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길 경우, 오히려 적자가 발생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허진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간호 인건비가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간호 조무사 등 보조인력도 필요하다"며 "85%를 넘거 90%이상이 되는 순간 적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에서는 분만 수가는 '충격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에서 분만 정책수가를 개선했지만 애초에 초저수가였고, 줄어든 분만 건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운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미국의 제왕절개수술 평균 비용은 5000만원이다. 일본 적십자 병원의 분만비와 병실료, 식비를 합하면 최소 800만원이상이 나온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20∼30%밖에 안되는 수가를 받고 있다. 전국 분만 기관은 계속 감소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분만 수가를 10배 올려야 한다. 55만원이 아닌 550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담당 학회와 함께 수가 개선 문제를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중환자실 입원료, 전담 인력에 대한 간호 수가 등을 살피고 있다. 재료비용 보상과 관련해서는 별도 방식과 포함하는 방식이 둘 다 있는데 장단점이 있다. 어떤 것이 낫다고 100% 말씀드리긴 어렵다. 담당 학회와 논의를 통해 가겠다"며 "동시 수술도 개선 논의를 하고 있다. 신경외과쪽은 뇌혈관 수술 관련 논의 진행 중인데. 개두술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응급실 관련해서는 수가 자체가 수가구조가 다른 부분이 있다. 일부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 체계 자체를 놓고 논의를 해야 한다. 흉부외과도 심장 관련된 부분을 심평원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산부인과·소청과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의 효과를 검토한 뒤 추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훈 과장은 "지난해 말 상당 부분 재정투입을 했다. 추가적인 요구사항도 있고. 검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분만 수가를 상당히 올렸기 때문에 효과가 어떤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분만 수가를 올린 이유는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8개월정도 됐는데 일정부분 지나보고 현장에서 반응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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