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PA법' 자인한 국민의힘, 부끄러운 '양보' 발언

'간호법=PA법' 자인한 국민의힘, 부끄러운 '양보' 발언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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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 속 수세 몰린 여당 "민주당 요구 대부분 수용"
이주영 의원 "누굴 위한 무조건 양보? 민생에 도움 안 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협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협신문

여당이 의료사태 장기화로 인한 의료 공백을 PA로 메우기 위해 간호법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했다. 여·야 이견이 나오고 있는 쟁점 사안 대부분을 양보하겠다고도 발언, 의료사태 장기화로 수세에 몰린 여당의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여러분과 위원장께 제안한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부분을 수용하겠다. 다만 PA 법제화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 법은 오늘이라도 심사해서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PA 제도화 외 쟁점이 됐던 부분은 제명(제정안 이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등. 여당은 쟁점 사안에 대해 '대부분의 양보' 의사를 공개적으로 전하며 간호법 통과가 정부와 여당에 절실한 카드임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정부는 전공의 대거 사직 이후, 전문의가 중심이 되는 병원을 표방했다. 사태 이전에도 전문의 구인난을 겪어 온 상급종합병원의 상황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악화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약속'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실제 정부는 지난 11일 의료계가 빠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주요 과제로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닌 '전문인력 중심 병원'을 채택했다. 전문의 중심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을 인식, PA 간호사의 대거 투입을 염두에 둔 조치를 내린 것이다.

PA 중심 병원을 위해 절실해진 단계가 바로 '간호법 통과'다. 현행법상 PA는 존재하지 않는 불법의 영역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합법으로 탈바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김미애 의원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소위 전담간호사는 이번 사태뿐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현재 국민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간호법이 우선되는 민생법안이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의 태도도 기대와 달리 매우 소극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현재 간호사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업무를 하고 있고, 불법의 영역을 합법화 하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셈이다.

여당 간사의 파격적 '양보' 발언에, 그 의도에 의문을 품으며 법의 취지부터 살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간호법이 민생의 영역을 넘어 정치의 영역으로 전환, 지나치게 급히 진행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한 쪽에서 무조건 양보할 테니 이것을 신속하게 통과시키자는 것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묻고 싶다"며 "궁극적인 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호사 내부에서도 이 법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간호사단체, 간호조무사단체, 의료기사, 물리치료사 등 이해관계가 있는 직역들이 아직 다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간호법은) 더 다각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급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도 분명히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후에도 보건의료노조가 29일 파업을 예고한 사실도 언급, 간호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어떤 지시가 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야당 측 발언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으로서 심도깊게 논의했고, 고민하고, 관련 단체 의견도 듣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여당 간사님이 야당을 탓하는 얘기를 한다. 다 같이 심사를 해놓고 정말 이해가 안 간다"며 "어떤 지시가 내려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여당의 '야당이 간호법에 소극적 태도로 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항의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일을 언급, 1년만에 태세를 전환한 여당의 행보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호법은 짧은 전체회의에서 조차 민생을 넘어 정쟁으로, 다시 정쟁을 넘어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제정이 됐을 법이다. 지금 의료대란 관련해서 본인들이 급하다고 야당 탓을 하고 있다. 굉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남인순 의원도 "이번에는 거부권 행사가 안 돼야 한다. 그러려면 지난번에 21대 때 합의됐던 내용이 기본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에 이것이 의료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또 심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가 해야 될 책무다. 그 논의를 우리가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때 간호법이 통과됐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수석이었다. 굉장히 애를 썼다.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직상정 직회부 절차까지 밟도록 해 가지고 간신히 올린 법안"이라며 "거부됐을 때 감정을 떠올리면 솔직히 사과라도 들어야 되겠단 생각이 든다. 현재 정부하고 그때 정부와 똑같은 정부"라고 짚었다.

박주민 위원장은 '간호법 공방' 열기가 과열되자, 논의를 양당 간사에 넘긴 뒤 의사 일정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박 위원장은 "간호법 관련돼서 많은 말씀 주셨다. 간호법은 그동안 역사도 있고, 여러 사정이 있다. 여러 이해관계 단체가 얽혀있는 법안이다. 좋은 내용으로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거로 생각한다. 양당 간사께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간호법은 지난 22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2번째로 심사됐지만 다시 보류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PA라는 별도의 직역을 만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 별도의 조항으로 업무 범위를 나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PA 제도화를 담은 것은 추경호 의원안으로, 진료지원업무를 법제화, 진료지원간호사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 행위를 열거한 뒤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는 PA 법제화에 대해 의료현장에서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는 UA(무면허 의료행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업무범위 침해를 가능하도록 하는 합법적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14보건복지의료연대의 직역 대표자들이 모여 '간호법 저지를 위한 상호 연대 협력'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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