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 5일 '비만병·체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 발표…미디어 협조 요청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 비만병, 사회·경제 비용 막대…비만 진료 급여화 필요
비만에 관한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을 의미하는 '비만 낙인(Obesity Stigma)'은 비만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동기부여보다 오히려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는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제 비만 및 대사증후군 학술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ICOM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의 인식과 이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디어는 체중 낙인과 체중 기반 차별을 줄이기 위해 '비만 낙인 재생산을 막기 위한 비만병 및 체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만학회는 "연구자·의료전문가·정책 입안자는 비만과 비만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편향 되지 않은 포용적인 언어, 소통 및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뚱뚱한, 거대한, 덩치가 큰, 무거운, 뚱뚱보, 뚱보 등 비만병을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표현보다는 평가가 배제된 중립적인 표현인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 등으로 비만병 관련 언어를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만병에 관한 고정관념은 개인이 학교·직장·의료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비만학회는 "체중 낙인을 경험하면 건강과 사회경제적 안녕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연구에 따르면 체중 낙인은 체중이나 BMI와 무관하게 이환율과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비만병 관련 보도 시 '사람 우선 언어(Peoplefirst language)'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 비만학회는 비만인(Obeseperson), 비만참여자(Obeseparticipant), 비만아동(Obese children) 등의 용어 대신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PersonwithObesity), 비만병을 진단받은 참여자(ParticipantwithObesity), 비만병을 진단받은 아이(ChildrenwithObesity) 등으로 표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비만병 및 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부담을 준다, 전염병, 저주, 비만병과의 전쟁' 등의 표현을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만학회는 "비만병은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섭취량과 운동량 외에도 유전, 환경, 장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므로 식습관과 운동 습관만을 강조하는 것은 체중이 증가한 사람들이 생활습관이 나쁠 것이라는 낙인을 재생산할 수 있다"면서 "사람마다 비만병과 체중 감량에 작용하는 요인들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고도비만'이라는 표현 역시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의학용어가 아니며, BMI 기준으로 1단계 비만병(25 이상∼30 미만), 2단계 비만병(30 이상∼35 미만), 3단계 비만병(35 이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유현 대한비만학회 간사는 "비만병에 대해 선입견을 강화하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는 이미지보다는 활동적인 모습이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사회적으로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발간한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비만병 유병률은 성인 인구의 38.4%(남성 49.2%, 여성 27.8%)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은 단순한 만성 질환을 넘어 심뇌혈관질환과 암 등을 유발하며, 사망 위험을 높인다.
비만학회는 비만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3단계 비만(체질량지수 35kg/㎡ 이상) 또는 동반만성질환이 1개 이상인 2단계 비만(체질량지수 30kg/㎡ 이상)의 중증 비만 환자의 경우 의료적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비만병은 국민 10명 중 4명이 해당하는 질환임에도 아직까지도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거나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표현보다는 정확한 의학 용어를 바탕으로 한 중립적인 표현과 이미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비만의 건강문제와 비만 진료 급여화의 중요성(남가은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이사) ▲비만대사수술 전후 관리의 중요성과 급여화 방안(권영근 고려의대 교수·고대암암병원 위장관외과) ▲소아청소년 비만 진료 및 관리를 위한 적극 개입 전략(설아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연구본부 연구위원) 등의 주제발표를 통해 비만병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적 도움과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가은 보험법제위원회 이사는 "비만은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계질환·암·수면 무호흡증·골관절염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면서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중재가 제공되지 않으면 국내 비만 유병률 증가는 더욱 가속화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계층 양극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만 진료 및 관리가 비급여로 되어 있어 높은 비용이 발생하고,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어렵다. 적절한 급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충분한 상담 등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힌 남가은 이사는 "최근 혁신적인 비만치료제가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높은 비용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미용적 측면에서 상업화된 비만 조절 프로그램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비만관리체계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철용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은 "비만병은 각종 만성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원인이 되는 질병"이라면서 "향후 증가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격차를 경감하기 위해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질환"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국가적인 시스템 아래 비만병 특히 3단계 비만(체질량지수 35kg/㎡ 이상) 또는 동반 만성질환이 1개 이상인 2단계 비만(체질량지수 30kg/㎡ 이상)의 중증 비만 및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의료적 도움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