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모집 강행 "7500명 교육 파행, 국민·국회도 우려"

의대 수시모집 강행 "7500명 교육 파행, 국민·국회도 우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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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등록한 의대생 4% "재수 준비, 증원과 교육 저하 없는 학교 가고 파"
수시모집 코앞에도 시위하는 이유 "교육 불가, 한국 의료 국가적 비상사태"
국회·여당도 논의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국민 여론도 '부글부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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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9일, 의료계는 그전에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으나 결국 그날은 도래하고 말았다. 동맹휴학에 들어간 의대생들의 2학기 등록률은 4%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도리어 재수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기존 1학년 3000여명이 유급되고 내년에 1500명이 증원된 신입생 4500명까지, 도합 7500명의 1학년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한다는 현실에 교수들은 절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쏟아지는 와중, 급기야는 여론조사에 과반수가 의대증원을 전문가와 재논의 해야 한다고 답했다. 

■ 2학기 등록율 3.8%…"교육 위해 증원 안 된 의대로 재수"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예하기 위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학년제와 I학점을 도입했지만, 의대생들은 교육 파행을 지적하며 더욱 반발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비수도권 국립의대 9곳에서 2학기 등록을 마친 학생은 3일 기준 3.8%(4696명 중 180명)에 불과하다. 

특히 강원의대는 3명, 경북의대는 2명, 제주의대는 단 한명도 등록하지 않는 등 학생들은 강경한 미복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남의대는 1학기 휴학이 불가능했던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이 추가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해당 의대들은 2학기 등록기간을 10월, 11월로 미루고 있고 충북의대는 아예 12월까지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상당수 의대생들은 2025학년도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예과생 542명에게 물었을 때 64.6%가 입시에 재도전하겠다고 답했다. 증원된 의대의 예과생들은 77.2%가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 했다.

비수도권 의대의 한 예과 2학년생은 "예과생 상당수가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 학기 초부터 재수를 준비하느라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며 "대부분 예과 1학년 학생들은 수능을 다시 볼 의향이 있다. 모두 증원에 영향이 없어 교육이 보장된 수도권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 9일부터는 의료도 교육도 회복불능…끝까지 외치던 교수들

ⓒ의협신문
[사진=강원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의협신문

수시모집 날짜가 목전으로 다가와 2025학년도 증원 철회가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지는 와중에도, 의대 교수들은 직전까지 증원 철회를 촉구했다. "2025년도 증원분으로 입시가 진행되면 더 이상 한국 의료에는 희망조차 없어진다"는 비관과 함께다. 

충북의대 교수들은 2일부터 6일까지 대학본부 앞에서, 강원의대 교수들은 4일부터 6일까지 병원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증원으로 인해 2025학년도 1학년 7500명을 가르치는,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 없다는 항의다.

증원된 의대에서 교육 환경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을 6조 5000억원으로 추계해 요청했음에도 교육부가 밝힌 내년도 의대 예산이 5000억원에 그치자, 정상적인 의대 교육이 불가능할 거란 현장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 30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017년 수능 전날 포항 지진으로 수능 시행이 일주일 미뤄진 선례를 들어 "법적 근거가 없을 때도 공익을 위해 수능을 하루 연기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다. 의료 위기가 본격화되고 의대생 대량유급이 시작되기 전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의대와 간호대에서도 입시 도중 정원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 정치권도 국민 목소리도 소용없이…52% "의대정원, 전문가와 재논의하라"

정치권에서도, 국민 여론에서도 증원 분을 재논의 해보자는 의견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지만 끝내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6일 교육위·보건복지위 연석청문회에서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분을 '재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입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증원분 변경이 있다면 혼란을 야기한다는 반발에는 "수험생들이 학교에 지원했는데 그 학교에 인프라와 교육 역량이 갖춰져있지 않다면 더 큰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각 학교 여건에 맞춰 재배분하면 후유증이 훨씬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를 거절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햐 2026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에 거절 입장을 표명했다가, 돌연 6일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6학년도 증원 유예는 어려우며, 한동훈 대표 제안에 거부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라디오에 출연해 "2026년도 (증원의) 유예는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늦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대 교육현장은 "당장 2025년 교육부터 불가능한 사태"라며 2025년 증원을 재논의할 것을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한편 2일부터 4일까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2%가 '의사협회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의대정원 확대 여부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국 성인 1001명에게 물은 결과로, 원안대로 내년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41%(무응답·모름 8%)였다.

국정 여론조사에서도 의대 증원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고 있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1002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가 66%로 전주보다 3%p 올랐다. 부정 평가 이유 중 '의대 정원 확대'는 직전 조사보다 6%p 올라 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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