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스트레스 위험 43% ↑…여성, 우울 위험 40% ↑
서울대병원 박민선 교수·조신영 임상강사 연구팀 [Nutrients] 발표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으면 스트레스·우울 등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와 조신영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내 40∼79세 성인 1만 1288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식이섬유 섭취와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Nutrients]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지방 함량이 높은 서양식 식단은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은 불안을 줄이는 등 정신건강이 개인의 식이 및 영양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는 심혈관질환·암을 비롯해 각종 만성질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소화력을 높이며, 염증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졌다.
식이섬유 섭취량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에 주목한 연구팀은 한국인 유전체 역학 연구 코호트(KoGES)에 등록된 1만 1288명(남성 4112명, 여성 7176명)의 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일 식이섬유 섭취량을 1∼5분위로 나눈 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5분위)'과 나머지 군의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정신건강은 ▲높은 스트레스 인식(BEPSI-K) ▲주관적 건강상태 ▲사회심리적 불편감(PWI-SF) ▲우울(CES-DK) 네 가지 항목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나이·흡연·운동량·소득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생활습관 변수를 조정했다.
분석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은 군에서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높았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은 나머지 군보다 '사회심리적 불편감'을 겪을 위험이 남성에서 46%, 여성에서 53% 증가했다. 남성은 '높은 스트레스 인식' 위험이 43% 증가했고, 여성은 '우울' 위험이 40% 증가했다.
연구팀은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에 대한 하위 분석을 통해 '총 에너지 섭취량(kcal)'에 따라 남녀의 정신건강의 악화 위험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의 남성은 총 에너지 섭취량이 많은 경우, 여성은 적은 경우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높아졌다. 예외적으로 여성은 총 에너지 섭취량이 많은 경우 식이섬유 섭취가 적어도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소화력이 남성의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은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어도 충분한 에너지 섭취를 통해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소화 기능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식이섬유 최소 섭취군이 '매우 활발한 신체활동(주당 중강도 유산소 운동 3회 이상·총 5시간 이상)'을 병행할 경우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남성의 근섬유는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2형 근섬유가 많아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의 적절한 섭취를 통해 신체활동에 쓰이는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선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가 남녀 모두의 정신건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개개인의 신체활동 수준 및 총 에너지 섭취량을 고려한 맞춤형 식이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