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아 대상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성장 가능성 충분"

첫 소아 대상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성장 가능성 충분"

  • 한국제약바이오협회기자단 garden@kma.org
  • 승인 2024.09.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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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일제약, 이스라엘 뉴림사 제품 도입…자폐스펙트럼 아동 수면장애 개선
성인 대상 치료제 서카딘 '빈틈' 채울지 주목…불면증 적응증 확대 계획
임상결과, 장기간 사용 안전성 확인…의존성·부작용 발생도 낮아

건일제약은 23일 제약바이오협회 월요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성분명 멜라토닌) 출시와 함께 허가관련 임상 결과와 향후 판매 계획 등을 알렸다. 최석홍 마케팅1팀장이 슬리나이토의 임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건일제약은 23일 제약바이오협회 월요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성분명 멜라토닌) 출시와 함께 허가관련 임상 결과와 향후 판매 계획 등을 알렸다. 최석홍 마케팅1팀장이 슬리나이토의 임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소아용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가 19일 출시됐다. 수면 질뿐만 아니라 자폐 수면장애 아이들의 행동장애 개선에도 효과를 보이며, 임상을 통해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과 의존성·부작용 발생도 낮은 것으로 입증됐다.

서카딘으로 불면증 치료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던 건일제약이 소아에게 사용할 수 있는 멜라토닌 성분 제제로 시장에 나선다. 수면장애를 겪는 자폐 아동은 물론 적응증을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건일제약은 23일 제약바이오협회 월요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성분명 멜라토닌) 출시와 함께 허가관련 임상 결과와 향후 판매 계획 등을 알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인수 마케팅본부장, 김지영 기획본부장, 최석홍 팀장 이혜정 팀장 등이 참석했다.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은 이스라엘 뉴림(Neurim)으로부터 도입한 불면증 치료제로 '수면 위생 개선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자폐스펙트럼장애 및/또는 스미스-마제니스증후군을 가진 2-18세 소아 및 청소년의 불면증 치료'에 쓰인다. 자폐 혹은 희귀질환이라는 점에도 '소아 및 청소년'이 적응증에 표기된 불면증 치료제는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국내 아동  5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은 50∼80%에서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 멜라토닌의 전구체인 세로토닌의 유전적 기능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야간발작이나 기분 불안정 등의 증상으로 ASD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수면부족 문제, 삶의 질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만성 불면은 회복 수면 과정에 필요한 REM 수면을 감소시키고 일상 생활에서 인지능력 약화, 공격성 증가와 과잉행동, 두려움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SD 아동 대부분(75%)에서 보호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약물치료를 할 수밖에 없지만 기존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속방형이기 때문에 긴 시간의 수면 패턴에 맞지 않았다. 실제로 ASD 아동은 인지발달 저하나 강박 증상이 나타나 식사나 수면 등 일상 생활의 변화 혹은 '큰 약을 먹는다'라는 루틴을 추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서방정 형태의 슬리나이토는 잠들기 30분 전가량 약을 복용하면 최대 7∼8시간 정상적인 수면 패턴과 유사하게 멜라토닌이 분비돼 안정적인 수면을 돕는다. 여기에 구형에 가까우면서도 3mm 수준의 아주 작은 제형으로 만들어졌으며 목넘김이 쉽다. 요거트, 주스, 아이스크림에 섞어서 복용해도 되기 때문에 ASD 아동의 민감한 루틴을 깨지 않도록 했다. 

슬리나이토 허가의 기반이 된 임상 결과에서도 ASD 아동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내 24개 기관에서 진행된 3상에서는 ASD 판정을 받았으며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2세∼17.5세의 125명을 대상으로 13∼52주간 슬리나이토군(60명) 및 위약군(65명)으로 나뉘어 슬리나이토 투여 이후 수면 시작, 수면 유지시간, 총수면 시간 등을 각각 측정했다. 이 중 28.5%는 동반성 ADHD를 앓고 있으며 12.8%는 동반성 간질이 있었다.
 
임상 결과 플라시보 대비 슬리나이토군은 플라시보군 대비 3주차에 40분가량 수면 시간이 늘었으며 13주, 26주, 39주, 52주 등 총 네 번의 측정 결과 평균 62.08분의 총 수면시간 증가를 기록했다. 또 복용량 최적화 후 52주차에서 수면유지 시간은 89.1분 증가했다. 반면 수면을 준비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수면잠복시간은 52주 기준으로 평균 48.6분 줄어들었다.
 
수면 증가와 더불어 아동의 행동 및 보호자의 삶의 질 역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슬리나이토 복용군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 수면 만족도 조사에서는 1∼5점 척도 내에서 평균 2점이 높아졌다. 보호자 역시 50%에 육박하는 수치가 6개월 및 12개월 복용시 기존 삶의 질 점수가 복용 전 대비 10% 이상 높아졌다고 답했다. 

안전성의 경우 2년간 진행된 추적 임상에서 경미한 졸음 등의 반응은 있었으나 정제 복용 준수율은 24개월의 연구 기간동안 100%에 가까웠으며 복용 중단 이후 의존성, 남용, 내성, 금단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

슬리나이토의 등장은 그동안 소아에게 쓸 수 있는 불면증 치료제가 없었다는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 약제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ASD 아동의 경우 수면 유도를 위해 쓸 수 있는 약제가 없다시피 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런 약제가 등장하기 전에는 수면 위생 등을 신경 써주는 정도의 조치가 가능했다. 그나마 리스페리돈 등의 신경용제를 처방됐는데, 기분을 가라앉힘으로써 수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불면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다가 체중증가나 제2형 당뇨 등의 우려로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서카딘 이후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분할 조제 등을 오프라벨 처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데다가 적응증 외 사용이라는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ASD 아동 등을 위한 새 약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는 수면 장애 개선을 위해 가이드라인으로 멜라토닌 제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건일제약은 이같은 가능성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신경유전학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불면증에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지난 7월 30일 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이들 아동을 위한 적응증 확대 권고안에 긍정적 의견을 받았다.

눈여겨 볼 것은 '서카딘' 성공 전략이 슬리나이토로 이어질 지 여부다. 서카딘의 경우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2023년 5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물질특허 만료 이후 10여개의 제네릭이 등장한 가운데 경쟁 격화가 예상됐지만 여전히 전체의 시장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제의 안전성은 높지만 수면이라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영역에서 중장년층의 약물 전환 거부감 등이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위치를 확보했다는 중론이다.

최석홍 팀장은 "비급여이고, 상대적으로 처방대상이 적다는 한계가 있지만 처방 대상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 역시 향후 성장 가능성을 기대한다"라면서 "ASD 아동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데이터 등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의 미래는 밝지 않지만 자폐 및 유전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추이를 감안했을 때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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