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도입 13년…지정·평가 기준 손 볼 때 됐다

전문병원 도입 13년…지정·평가 기준 손 볼 때 됐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10.0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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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간 의료이용 차이·필수의료 요구 반영 중장기 확대 방안 모색
'질환·전문과' 중심에서 기능·목적 따른 '목적형 유형 분류' 추진
평가기준에 '치료역량' 개념 도입…절대평가 기준 완화 진입장벽 낮춰야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는 4일 열린 대한전문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서 '전문병원 제도의 개선 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전문병원 개편 방안 연구와 지정기준 개선안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는 4일 열린 대한전문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서 '전문병원 제도의 개선 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전문병원 개편 방안 연구와 지정기준 개선안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전문병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난 2011년 첫 발을 뗀 전문병원 지정제도는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기능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도입 취지에 맞게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간 의료이용 차이와 필수의료 요구를 반영한 전문병원제도의 중장기적 확대 및 발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필요도가 높은 분야는 전문병원으로 유입이 안 되고 있으며, 사회·인구 변화를 반영한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선 방향은 뚜렷하다. 수도권·특정 분야에 편중 해소, 지역간 의료이용 차이 고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심뇌혈관 질환 등 저출산·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높아지는 사회적 요구 반영 등이 중심이다.  

제도상의 문제점도 있다. 전문병원 인증평가 기준이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설정돼 있어, 중소병원 현실에서는 맞추기 어렵고, 진료량, 병상수, 의료인력 등 일부 지정기준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지역간 전문병원 수요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전문병원 진입·운용 때 불필요하게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는 지정기준 간소화,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정기준 도입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대한전문병원협회는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4·코엑스) 기간 중인 중인 4일 제13회 학술세미나를 열고 지속가능한 전문병원제도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보건대학원장)는 '전문병원 제도의 개선 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전문병원 개편 방안 연구와 지정기준 개선안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전문병원 지정기준 개선안 중심 과제로는 ▲목적형 유형 분류 도입 ▲지정분야 개편 ▲'치료역량' 개념 도입 ▲절대평가 기준 완화 ▲저출산·심뇌혈관 분야 인증 기준 합리화 등이 꼽혔다.

먼저 전문병원 유형을 기능·목적에 따라 재분류하고 유형별 정책목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현재 전문병원은 모두 19개 분야(질환 12개·진료과목 7)로 지정돼 있는데, 이를 고령화 분야(척추·관절·안과·신경과), 심뇌혈관 분야(심장·뇌혈관), 정신 분야(중독), 특수외상 분야(화상·수지접합), 저출산대비 분야(소아청소년과·분만·주산기), 의료이용개선 분야(외과·유방·이비인후과·대장항문) 등으로 재분류하고 유형에 따른 대상자, 설치전문분야, 제공목적 등을 포괄하는 분야별 목적형 유형기준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약물·마약 중독 환자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거점 전문병원도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알코올전문병원을 중독 전문병원으로 전환해, 체계적인 중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중독 전문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병원 지정 기준에 '치료역량' 개념도 도입한다.

현행 계량화된 지표를 점수화하는 방식에서 정책방향, 의료환경 등을 고려해 병원이 제출한 운영계획서에 따라 병원의 장점·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치료역량 기준은 공통기준과 분야별 기준(2∼3)을 설정하고, 치료역량 기준 설정을 위해 각 전문과학회 및 전문병원 종사자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전문병원 평가에는 정량평가에 정성평가를 더한다. 기존 의료 질 지표를 부분적으로 차용해 치료범위, 치료 프로토콜, 협력체계, 인력·자원 등에 대한 치료역량 기준을 마련하고 정성평가를 시행한다.

절대평가 기준도 완화한다. 제도 출범 때 99곳이던 전문병원은 13년이 지난 현재 109곳이다. 과도한 지정·평가 기준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 구성비율,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병상, 의료서비스수준, 의료 질 등으로 제시된 절대평가 기준을 현장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완화한다. 

인증기준 합리화도 모색한다. 기본인증, 사후인증, 조건부인증 등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전문병원 특성에 맞는 인증기준 합리화를 추진한다. 

윤석준 교수는 "전문병원 역할 강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을 방지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전문병원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지역 내 의료수요를 고려해 전문병원 유입을 확대하면 대도시·수도권 집중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라면서 "사회적 필요도가 높은 분야의 전문병원 유입을 확대하면,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맞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전문병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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