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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신년]미래 대비하자/미국 의료와 자유 의료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미국 의료와 자유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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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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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 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 의료와 자유 의료

자유-시장경제 두 축 이상적 의료 버팀목 

 

 

미국은 OECD 선진국 중에서 NHI(국민개보험)가 없는 유일한 나라고, 현재 인구의 약 15%가 무보험자라는 치부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료는 21세기 지구시대에 있어 '지구화는 미국화'라는 표현답게 세계의료를 당당하게 리드해 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인구의 5%밖에 안 되는 미국이지만 노벨생리의학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의학은 질적으로 세계 최고다. 양적인 면에서도 미국의 총 의료비 및 1인당 의료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아랍의 왕들이나 한국의 재벌을 비롯한 세계의 부호들은 건강 진단이나 병 치료를 미국에서 받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의료는 속으로는 남모르는 모순과 고민을 안고 있다.
'WHO Report 2000'에 의하면 미국은 건강수명(DALE) 서열은 세계 24위다. 또한 놀랍게도 의료의 '효율적 성취성과(performance)'면에서 미국은 37위로 선진국 대열의 최하위권이다. 미국은 의료비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세계 제 1의 자원과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성취성과도 단연 선두주자라야 하지만 이렇듯 숫자상 뒤쳐진 미국 의료의 현실이 바로 미국 의료의 모순과 고뇌를 나타내고 있다.

다민족과 다문화사회에서 불법이민자 600만 명을 포함한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주민과 게이족, 알코올 및 마약중독자, 에이즈 감염자, 흡연자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료정책 시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아무튼 '다양성 가운데 통일(E PLURIBUS IN UNUM)'은 미국역사가 지향하고 있는 하나의 자랑스런 이념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힘든 고비가 허다하다는 점에서 다민족사회 미국의 꿈과 더불어 고민이 함께 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국민개보험(NHI) 없이도 무보험자들은 다방면으로 필요한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 국민의 의료를 통계학적 평균치 숫자를 갖고서만 평가할 수는 없으며, 의료의 성과를 평균치로 따진 서열이 현실적으로 세계 제일이라는 미국의 위상을 크게 손상시킬 일은 못된다.

전 일본 수상 나카소네는 어느 집회에서 미국 교육을 평가하기를 "미국은 흑인·멕시칸·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많아서 지적 수준의 평균치는 일본보다 훨씬 못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에자키(江崎)는 "미국은 교육상 편차가 너무 커 평균치는 별로 의미가 없다.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 교육은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히 우수하다"고 반박했다. 이 말을 바로 미국 의료계에도 적용시킬 수도 있으니 미국 의료는 통계상 평균치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다.

수명의 예를 들어 일단 노년기에 접어든 65세 노인의 잔여수명은 미국이 첫째고, 물론 인구비례 100세 노인수도 미국이 단연코 세계 제1이다.

메디케이드(빈민의료)보험을 가진 미국 빈민들은 중국 등 의료 후진국가 지도자들보다 질적인 면에서 더 우수한 의학치료를 받고 있을 줄 안다. 한국 인구보다 조금 적은 4천만 빈민을 커버하는 미국빈민의료예산(연방 및 주)은 한국 전체예산의 3배나 된다.

소련이 붕괴하기 이전인 70~80년대 냉전시대에 미국연방정부의 HEW(보건-교육-복지부)의 예산내용은 주로 사회복지와 공공의료(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비용인데도, 그 예산총액은 당시 미국과 겨룬 군사대국 소련연방의 전체예산을 능가했다. 이것이 사회주의를 압도하는 미국의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미덕이자 강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21세기 미국의료의 현실은 어떠하며 미래상은 어떻게 될까?
뉴욕타임스지는 사설에서 "냉전이후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글로벌리즘(Globalism)이고, 지구시대에 지구상의 모든 지역과 문화를 초월해서 자유민주주의만이 최종적 정치이념으로 남는다(Thomas Friedman)"고 설파했다.

이러한 지구화를 추진하는 사상이 바로 "자유시장원리에 입각한 자본주의"이며, 그 방법은 "시장개방과 규제완화 그리고 민영화 위주"다.

냉전시대가 사상적으로 적(敵)과 우방의 세계였던데 반해, 21세기 지구시대는 서로가 적이 아닌 경쟁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선진국의료의 사회주의화 움직임 속에서 미국의료는 아직도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시장원리가 활발히 작동하는 민간주도의 의료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21세기가 지향해야할 이상적인 의료상임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개인건강을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은 약자보호만으로 충족하고, 그런 점에서 미국의 취약층(빈민·노인·불구자 등 전체인구의 근 30%)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좋은 국가의료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은 총예산 가운데 사회보장연금 23%, 공공의료비 25%(메디케어 12%·메디케이드 7%·저소득자 의료보조비 6%) 등 48%를 공공의료와 사회보장지출금에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미국의료가 '민간의료', '자기부담의료'만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근대역사는 창조력과 인도주의를 받드는 젊은 인공국가 미국의 존재가 있었기에, 세계를 나치스와 적색독제의 위협에서 구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21세기 미국의료는 장차 여타 세계의료계가 사회주의 일변도와 전통주의 등 구악(舊惡) 세력에서 탈피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개척자정신은 자조노력이 기본을 이루고 있으며,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는 사고에 의해 국민의 60% 이상이 민간의료보험 소지자다. 이일은 자기의 좋은 의료를 찾는 욕망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의료비 급등에 허덕이는 정부의 부담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애국행위이기도 하다. NHI 국가인 캐나다와 유럽 여러 나라도 새로운 민간의료보험이 보급 중이며, 필자는 여러 해외여행에서 많은 외국여행객들이 이러한 민간의료보험을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보험 둘 다 소유하고 있는 필자의 예를 들자면 필자부부는 65세 이상의 공공의료 즉 정부혜택(메디케어)을 받고 있으며, 여기서 수입정도에 따라 자기부담과 외래진료커버요금의 차이가 있다. 필자의 민간보험(Blue-cross & Blue-shield)은 은퇴 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매월 보험요금은 845달러이고, 이중 과거 고용주부담이 70%이다. 약값이 커버되고 의료접근제한이 없는 가장 값비싼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 민간보험이므로 낭비성이 있지만, 지불의 대부분이 과거 고용주부담이기 때문에 매월 245달러의 본인지불을 감수하고 있다. 미국의 부유층과 많은 상류층 노인은 필자정도의 의료보험부담을 안고 있으며, 많은 미국인은 가격면에서 실용적인 값싼 민간보험을 갖고 있다.

미국의료의 고뇌는 고령화시대와 최신의료기술 그리고 치솟는 의료과오보험으로 인한 의료비상승이다. 과거 의료수가제는 의료비억제에 역행함으로써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 관리의료다. 관리의료는 고용주의 의료비 지출절감에 기여하지만, 환자의 의료접근을 제한하고, 의사의 자유재량을 구속한다.

개인의견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미국의료에서 과거엔 규제가 적은 것이 특색이었고, 이것이 의료발전을 촉진시켜 왔다. 그러나 규제를 강요하는 관리의료의 출현으로 의료계는 지금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고, DRG/PPS와 더불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우수한 의료제도의 3대 요건은 '의료접근 확대', '질적으로 높은 의료시술', '적정한 의료비'라는 3가지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이다. 의료의 질을 무시하는 싸구려 NHI는 붕괴한 사회주의발상에 불과하다.
지구상에서 위의 3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의료의 복잡성과 다양성과 비능률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료가 21세기 지구를 영도하리라는 점에 의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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