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아픔”을 나타내는 의학용어로는 통증, 통, 동통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용어위원회에서는 아픈 증세를 가리키는 말로 통증을 쓰기도 하였고 필요에 따라 접미어로 -통으로 쓰도록 하였다. 즉 동통이란 용어는 통증으로 통일하여 쓰기로 한 것이다. 사실 통증(痛症)의 증(症)은 비정상적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육체적 아픔을 나타낸다.
영어권에서는 pain, ache이 표준적이고 심한 정도에 따라 colic을 쓴다. 아픔을 느끼는 통각(pain sense)은 우리가 느끼는 기본 감각 중에 하나이기는 하나 압력이나 위치감각과 같이 정확하지가 않아서 느낌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서 또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통증은 예로부터 모든 질병을 나타낼 때 대표적 증상이고 이것을 완화하는 것은 의료의 일차적 목표가 될 만큼 환자에게는 절실한 증상이다.
전신이 아픈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신체의 일부분이 아프기 때문에 두통(headache), 치통(toothache), 복통(abdominal pain), 허리통증(lumbago), 꼬리뼈통증(coccygodynia)등으로 불리며 통증의 내용에 따라 지속통(constant pain), 둔통(dull pain), 찌름통증(stabbing pain), 이동통증(wandering pain)으로 부를 수 있으며, 심한 정도에 따라 격통(excruciating pain), 움킴통증(griping pain) 그리고 배가 팍팍 쑤시듯이 심하게 아픈 것이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일어나는 통증으로 산통(colic, colicky pain)이 있는데 이것은 쓸개돌발작, 콩팥돌발작, 창자폐색증 따위의 경우에 나타난다.
통증은 신경통로를 통하여 중추신경계에 전달되어 뇌에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아픈 감각을 받아들이는 말초의 신경종말 즉 수용체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말초신경망을 거쳐 척수에 들어가서 결국 뇌줄기를 거쳐 시상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 이 과정에서 감각전달의 차단이 생기면 통증을 느낄 수 없다. 통증은 괴로운 감각이지만 대단히 예민한 감각이기 때문에 장기나 조직이 이상을 나타낼 때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세인 경우가 많아 병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섬유가 없는 장기나 조직도 있기 때문에, 이 경우는 근처에 다른 감각과 연관되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을 연관통증(referred pain)이라 한다.
한편 분만할 때에, 짧은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복부의 통증을 진통(陣痛) 혹은 산통(産痛)으로 써오고 있으나 의학용어집에서는 분만통(증)으로 부르고 있다. 산통은 colic과 혼동되고 진통은 통증을 없애는 의미로 쓰고 있으며 진통제(analgesics)은 통증완화약을 의미하기 때문에 적당한 용어가 아니다.
통증으로 느끼는 정신기원통증(psychogenic pain), 환상팔다리통증(phantom pain), 거짓분만통(false labor pai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