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은 전문 경영인이 해야 한다고?

영리병원은 전문 경영인이 해야 한다고?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7.20 11:1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릴레이인터뷰] 영리병원 시대의 국내 의료기관 전략 (3)
[시민단체] 홍성주(의료와사회포럼) vs 조윤미(녹색소비자연대)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영리법인 도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오던 정부는 10일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성과를 평가한 뒤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의료시장 개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에서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인해 의료산업화가 앞당겨질 뿐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중·소 병의원들의 도산에 대한 두려움은 이러한 '시기상조론'에 불을 당긴다.

영리법인 도입 시기야 언제가 됐든 국내 의료계에 안겨진 과제는 '영리병원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짜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국내 의료기관이 외국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전략 및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의료컨설팅업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편집자주>


영리법인 병원 도입

 

"올데까지 왔다, 이젠 변해야" vs "이제 진짜 경쟁해보라"  

'의료와 사회포럼'과 '녹색소비자연대'는 의료계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의료와 사회포럼'은 의료계가 사회 여타 분야에서 고립되다시피 했던 과거를 탈피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녹색소비자연대는 의료의 공공성만 부각하는 일반 시민단체와 달리 의료의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주목했다.

'의료와 사회포럼'의 홍성주 정책실장은 의료인 입장에서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위해 의료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에 나서야 할지를 세심하게 짚었다.'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상임위원은 영리법인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이 영리화되기에 미흡한 점을 일일이 지적하며 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올 데까지 왔다, 이젠 변해야 한다"
홍성주(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실장)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견해는?

영리법인 도입은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의료산업화 차원 외에도 '한국의료제도의 선진화 개혁'을 위해서 그렇다.그간 영리법인 논의에서 특히 후자의 관점이 소홀히 취급돼 왔다.

영리법인 허용이 건강보험 체계의 공공성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를 반대의 근거로 삼고는 하는데, 한국 의료가 의학지식과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는 거의 선진국 수준이면서도 의료서비스의 생산과 제공, 즉 '의료(보험)제도'의 측면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항상 글로벌 스탠다드가 문제지 않나.

정부 혼자서 의료서비스를 독점하고 민간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는 인식이 낮은 공공투자와 저보장성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시장이 과잉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과 경쟁이 부재했다는 의미다. 병의원이 '민간'인 경우에도 '비영리'만을 강요하고 정상적인 이윤추구 대신 정부가 암묵적으로 허용한 '왜곡된 이윤추구'를 하도록 조장했다.영리법인을 허용함으로써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영리법인 도입에 있어 국내 의료계가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현재 의료계는 매우 어렵다. 마지막으로 올 데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문제는 의사들이 이렇게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의사의 직업적 사명과 협동정신·전문가 정신이 추구하는 선진 의료개혁 방향과는 동떨어진,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되기 쉽다는 점이다.

전문 직업주의에 기반을 둔 지도력이 부재한 현실이 문제다.의료계의 어려움은 지난 98년 의보통합을 시작으로 의약분업 등 한국의료의 해결과제와 원인을 거꾸로 읽은 잘못된 의료정책에 있다.거기다 그에 대한 의료계의 빗나간 대응도 문제점이었다.의료계가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다가는 의료시장개방과 대선 등의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큰 흐름을 놓쳐버리기 쉽다.

 

-영리병원은 전문경영인을 필요로 한다.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갖췄다고 보나?

영리병원은 꼭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전제는 잘못됐다. 현재 의료계의 문제점이 마치 경영의 잘못과 미숙인양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사이기 때문에 현재 병의원이 유지되는 것이지 만약 전문경영인이 왔다면 벌써 병원들은 정리 해산에 들어갔을 것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장사를 누가하나? 동네의원 규모는 더더욱 전문 경영인이 필요치 않다. 보통은 대기업들도 소유주와 경영주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현재 종합병원의 의사 원장보다 더 나은 경영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병원급 병원중 일부가 행정부원장의 직책으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병원 경영을 다 맡기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병원 내에서 직책과 업무를 쌓아가며 경험으로 병원을 경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본다. 병원 경영은 일반 기업 경영과는 다르다는 것이 통설이다. 후에 영리병원으로 의사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들어선다면 그 성과에 상당한 관심의 대상은 될 것이지만 말이다.

 

-의료계는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의사의 개설독점권이 현재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중소병원들의 경영난과 도산, 후배들이 겪는 개원시장 진입의 어려움은, 의사의 개설독점권과  강제지정제·값싼 보험진료의 박리다매를 근간으로 해 온 30년의 의업환경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계는 선진의료 패러다임의 일환으로 개원가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리법인과 시장개방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현재의 의업형태가 어떤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일단 현재 법인이 아닌 개인병의원의 '의료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의사와 일반투자자가 출자지분을 갖는 영리적 의료법인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공익재단 형태의 의료법인 설립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다시말해 현재 자영업 형태의 개인병의원들이 기존의 방식 외에도 법의 보호를 받는 공동출자 의료법인이나 공익재단 설립을 통해 서비스 질과 시설규모를 향상시켜 경쟁력을 갖추고, 지방과 도시·급성-만성요양병상·전문과별 특성에 따라 영리-비영리법인으로 다양하게 분화 발전해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비효율성 탈피해 진짜 경쟁해보라"
조윤미(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에 대한 견해는?

모든 병원을 비영리로 묶어 놓는 것 자체가 비영리성을 살리는데 방해요인이 된다.현재 국내 의료기관이 비영리기관이면서도 실제로는 영리기관이라는 점을 모두가 아는 바다.물론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경쟁만 가열되고 의료서비스 비용은 높이면서 질은 그에비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일견 맞다.

그러나 무조건 비영리법인체로서만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영리법인이 있음으로 인해 비영리법인의 비영리성이 더 잘 구현될 것이라고 본다.따라서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자가 본연의 기능에 맞는 포지션 위에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실질적인 대안이다.무조건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아직 국내 의료계는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주장이 많다.

맞다.정확히 말하면 해당 의료기관이 준비가 안 돼 있다.일단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병원 경영 자체가 전문가에 의한 경영체제로 전환된다.지금처럼 의사출신 병원장들이 '비영리법인'의 보호막 아래서 얼기설기 경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많은 의료인들이 비영리법인제도가 의료기관 운영의 규제로 작용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이 세제혜택 등 보호 역할을 해준 측면도 없지 않다.경영에 자신있는 의료인은 영리법인체로 전환할 테지만, 섣불리 영리법인에 뛰어들 만큼 준비된 의료기관은 없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 국내 의료기관이 영리법인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나.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큰 상태다.가령 투자를 할 때에는 여러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투자가 이뤄져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가 많다.  MRI 장비를 사들이는 게 수익과 필요성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분석하는 게 아니라 막연히 다른 의원에서 사니까 나도 사야되지 않겠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거다.

의료의 질 관리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우리나라는 의료 이용이 많고 그 규모가 큰 나라이지만, 그러한 수준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저조한 실정이다.의료기관평가를 예로 들어보겠다.현재 의료기고나 평가툴은 지나치게 하드웨어 평가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한 매머드급 대학병원에서 미국 '제이코'로부터 자체적으로 평가를 받아봤더니 점수가 너무 낮아 공개조차 못한 사례가 있다.녹색소비자연대에서도 제이코의 협조를 받아 몇몇 대형병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더니 점수가 10점이 채 안 됐다.외형적으로는 규모가 크고 첨단 시설과 진료기술을 갖췄지만 관리 흐름이나 원활한 시스템 구축 면에서는 0점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비영리 법인'이라는 허울이 갖는 맹점이라고 본다.현재 국내 병원들은 정작 받아야 할 80만큼의 진료비는 받지 못하면서, 받지 말아야 할 20만큼의 진료비를 받아서 비난 받는다.경영과 관리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의료계가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준비할 것들을 짚어달라.

개인적으로 간호사로 8~9년간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병원에서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한 손실을 가까이서 많이 봐 왔다.의사들의 과다처방을 종종 비난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결과는 비효율적인 환자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요새는 하다못해 슈퍼마켓에도 업무의 전산화가 돼 있다.병원에서도 하루빨리 전산화된 업무흐름, 부서간 질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의료기관의 전문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오너들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듯이 소비자들에게는 건강상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의사가 아무리 최고대학을 졸업해 혼자 똑똑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자체적으로 직원·부서간, 업무간 네트워킹이 잘 돼야 한다.비영리법인이었기 때문에 다소 느슨했던 부분을 꽉 조여 손실을 막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