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떠나 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의과대학 동창 친구들을 만날 일이 많이 줄었다. 그나마 종종 날아오는 아이 돌잔치나 개업식 등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곤 한다.
각자가 하는 일에 대해 서로 묻기도 하고 자리에 오지 않은 친구들 소식들을 묻고 답하다 보면, 대학 졸업한 뒤에 진로들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고민하는 것은 역시 어디서 일할 것인가가 대부분이었다. 어디 병원에 가면 좀 더 나은 대접과 보수 등을 받을 수 있는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기자니까 잘 아는 것 아니냐'며 묻는 친구들도 있다.
몇몇은 서울의 강남에서 개업한 사람들은 병원이 잘 돼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땅값 뛰어서 돈을 번다며 말하기도 하고, 그래도 대학병원의 스텝 자리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미 개업 전선에 뛰어든 가까운 선배 의사들이나 동기들은 의원 사정이 말이 아니라며 한탄하기도 한다.
"돈 잘 버는 의사 이야기, 신문에는 곧잘 나오는데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 이런 거 기사 좀 써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 "잘 나가는 의원이나 홍보 잘 하는 병원, 그리고 대학병원급 아니면 의원은 이름도 못 내민다"며 "의사해서 돈 번다는 이야기는 정말 소수다"고 지적하는 친구들도 있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다며 뭔가 크게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상당수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의 '2005 한국직업 전망'을 보면, 의사의 월평균 수입은 2001년 409만원에서 2003년 435만원으로 6.3% 늘어났다고 한다. 한의사나 치과 의사에 비해 월수입 증가폭이 그리 높지 않은 주된 이유는 의사들의 급증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제 갓 새내기 개업을 했거나, 병원의 봉직의들의 수입 수준은 대부분 이보다 떨어진다.
앞으로 의료 환경이 많이 달라진다면 또 어떻게 변할까? 최근 의료와 관련된 정부 정책과 현 정부의 의지를 보면 의료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유는 고령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의료 수요가 크게 늘 것이며, 밖으로 빠져 나가는 의료 수요에 대한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민간 자본도 병원에 투자될 수 있으며, 민영의료보험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의료에 많은 돈이 투자돼 국민들이 받는 의료서비스가 한층 좋아진다면 이를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부를 폐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자본이 걷잡을 수 없이 들어와 병원과 의료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환자를 돌보는 의료 윤리보다 자본의 이익이 먼저 고려될 지도 모른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양심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이익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과 싸움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세상이므로 가난한 동네의원은 더 가난해지고, 돈 잘 버는 대형병원은 더 많은 돈을 잘 벌게 될지도 모른다.
한 10년 뒤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소득 격차 때문에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은 단지 기우이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