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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은 환자 대상 '러시안 룰렛'

성분명처방은 환자 대상 '러시안 룰렛'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7.0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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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 성분명처방 반대 한목소리
환자 14% 치료실패·독성노출 위험 커

▲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위원회 주최로 4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과연 안전한가?' 토론회.

성분명처방제도 도입은 건강보험재정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난이 국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위원회(위원장 이창훈) 주최로 4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과연 안전한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성분명처방제도 도입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임동석 가톨릭의대 교수(약리학)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 받은 환자의 1.5%는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1.3%는 약물 독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제네릭→제네릭, 환자 14% 치료실패

특히 제네릭에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 받은 경우에는 7%의 환자가 약효를 얻지 못하고, 6.5%의 환자는 약물과다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미국 FDA는 제네릭의 약효가 동등하지 않은 경우는 5%가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바꾸어 말하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면 최고 5%의 환자에게서 치료실패 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결국 환자를 상대로 '러시안 룰렛'을 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석승한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은 "약사는 약을 조제는데서 끝나지만 의사는 약의 조제, 투약 이후에도 환자에게 발생하는 생리적·병리적 상태를 추적관찰하고 그 책임을 진다"며 "성분명처방제도가 시행돼 약의 선택권을 약사에게 준다면 의사는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게 돼 약화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석 원장은 "성분명처방을 반대하는 것은 의사의 자존심이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가족이라면 과연 검증되지 않은 약을 줄 수 있을까'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국립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환자를 대상으로 복제약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장에는 환자 80여명이 참가,정부의 성분명 처방 추진을 전면 철회하라고 성토했다.

 

"환자 상대로 복제약 임상시험 할 것인가?"

박한성 한나라당 보건위생분과위원회 부위원장(전 서울시의사회장)은 "보건의료제도를 바꿀 때에는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데, 정부는 재정절감과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부위원장은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면 5년간 8186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주장은 약화사고, 부정확한 치료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검사에 소요되는 비용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의약분업 도입 당시 정부가 3,000억원 이상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국민을 호도했다가 시행 1년도 지나지 않아 4조원의 재정파탄을 초래했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김광명 바른사회시민회의 고문도 "동일 성분이라도 제품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독성의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약의 선택을 약효 결과를 모르는 약사에게 일임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무시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김 고문은 특히 "오리지널 약가의 20%에 불과한 제네릭 약품도 있는데,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함량미달의 약일 수밖에 없다"며 "성분명 처방은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밀가루를 먹이는 결과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처방은 치료의 전문가인 의사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종욱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성분명처방은 약국의 재고약 문제를 해결해 줄 최선의 방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국민들이 재고약 처리하는 사람들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부회장은 "정부가 순수한 의도로 의료비 절감, 국민편의와 약품 선택권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의약분업의 재평가 우선돼야 하며, 선택분업 시행 및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대선 공약사항은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임기말에 성분명처방을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들고 나온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환자단체 "급조된 성분명처방 절대 반대"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단체인 환자주권찾기시민연대 소속 회원 8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임대빈씨는 토론회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상품명처방이냐 성분명처방이냐는 오로지 환자 국민의 입장에서 가려져야 한다"며 "환자의 주권을 침해하는 급조된 성분명 처방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토론회에 앞서 내빈으로 참석한 주수호 의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성분명 처방을 하려면 정부는 먼저 의약분업 포기선언부터 해야 한다"며 "엉터리로 관리되고 있는 생동성시험에 대한 모든 자료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의협은 앞으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어떠한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와 동등한 파트너십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관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나 협상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약사회측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주제발표 및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토론자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모두 불참,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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