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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담은 '그림가족의'꿈

화폭에 담은 '그림가족의'꿈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10.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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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서울 강남·김정일소아과의원)

의사 중에는 그림 그리는 이들이 제법 많다. 종합학술대회 '의인미전'에는 해마다 출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진료하는 틈틈이 언제 그 많은 그림을 그렸는지 그 부지런함과 열정 자체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그런 그림 그리는 의사들을 한데로 모아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해 탄생한 한국의사미술회다. 김정일 원장(서울 강남·김정일소아과의원)은 초대 회장을 맡아 의사미술회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기틀을 다졌다. 그림 그리는 의사들끼리 수시로 사생대회를 열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전국의 그림쟁이 의사들을 불러 모으는 데도 열심이었다.

 

"미대 포기했더니 아들이 가더군요"

김 원장은 고등학생 때 미술대학을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정도로 미술에 소질과 열정이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그는 이따금 조카를 모델로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찍이 의대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 유독 얼굴이 하얗던 김 원장의 모습을 보고 "넌 얼굴이 하얘서 의사 해야 돼"라고 농담을 하셨단다.

의대에 진학한 후에는 공부에 정신이 없어 몇 년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소년 시절의 꿈으로 남겨두었다. 신기하게도 자식들이 그림에 소질을 보이기 시작해 급기야 미대 진학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미대를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김 원장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서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미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아들 녀석은 미대에 진학했다. 딸 아이 역시 그랬다. 아이들이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김 원장은 오랫동안 숨죽여 두었던 과거의 열정을 다시 살려내기 시작했다.

그는 홍익대 미술교육원에 등록해 4년간 미술 공부를 했다. 옛 꿈도 살리면서 화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 역시 훗날 같은 미술교육원에 등록하면서 이제 네 가족 모두 그림쟁이들이 되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결혼 37주년을 맞아 부부전을 열기도 했을 만큼, 가족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알리기도 했다. 결혼 50주년을 맞아 부부전을 한 번 더 열 생각인 그는, 고희를 맞은 해에 가족전을 한 번 여는 게 소망이다.

덧칠하는 유화의 매력, 일상을 담다

그의 작품은 수채화나 유화가 많다. 김 원장은 특히 유화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수채화가 산뜻한 맛이 있다면 유화는 중후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진료실에서 틈틈이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유화를 더 자주 그리기도 하지만, 유화만의 독특한 무게감과 질감이 좋아서 유화작품이 더 많은 것도 같습니다."

화폭에 담긴 내용은 무엇일까. 진료실 옆 방에 차려진 그의 작업실에는 풍경화가 매우 많았다. 자연의 모습을 담은 그림도 있고, 한 켠에 사람들이 있는 일상적인 그림 또한 많았다. 그러니까 그의 그림 소재는 태반이 '일상'인 셈이다.

"주말이면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자연과 조응합니다. 그 느낌을 화폭에 담는 거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일상을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 차오르는 감성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게 제 그림입니다."

그래서인지 김 원장의 그림은 편안하고 정적인 느낌이 난다. 마음이 불편하면 그 감정이 그대로 화폭에 실리기 때문에, 아주 불편한 마음일 때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냥 쉰다는 그의 생활방식이 잘 드러나 있다. 격정적인 고호보다는 차분한 고갱의 그의 그림과 더 어울리는 듯하다.

그림쟁이 의사들에게 한마디

"화가들은 '의사들은 그림을 너무 어렵게(섬세하게) 그린다'고 충고합니다. 화판 위에서 노는 기분으로 쉽게 그리세요. 물감을 아끼지 말고 붓질을 크게 해서 그려야 합니다. 보통 손목이 아니라 어깨를 써서 그림을 그리라고 하지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말고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재창조해서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혼자 그리지 말고 미술교육원 같은 곳에 다니면서 여러사람과 어울려 그릴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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