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단체와 제약협회 '지정기탁제' 실시에 합의
투명성 확보로 의료·제약계 공동 발전 촉진 기대
'업계 큰 손' 외자사 불참…자체 규정 운영 방침
제약업계와 의학계가 투명한 기부금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했다. 일부 외국계 제약사를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제약협회와 한국의학원,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등 3개 단체는 26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의학 학술활동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졌다<전문 하단>.
'지정기탁제' 본격 시행
이 날 양해각서 체결로 당장 변하는 것은 '지정기탁제'란 제도의 도입이다. 제약협회 회원사가 학회 등 학술단체에 지원금을 제공하려 할 때 제3자에 기탁해 전달하게 하는 제도다. 지금도 한국의학원 등을 통해 이런 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어느정도 '강제성'을 두는 게 큰 변화다.
제3자 즉 한국의학원 혹은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은 지정된 학회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간접비 5%를 떼기로 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원이 '뜸한' 기초분야 지원에 쓰여질 전망이다. 또하나 주목할 부분은 학회 학술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정부분을 주최측인 학회가 부담하기로 아예 명시한 점이다<양해각서 6번>. 비율은 정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볼 때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 3단체는 협의체를 구성해 여러 가능한 사례에 대한 지침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도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에서 어떤 지원까지 지정기탁제에 적용할 것인지, 학회측 자체 부담 비율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질 방침이다.
한편 이날 양해각서 체결식에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거성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 이재용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장(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미영 복지부 의약품정책팀장 등 인사가 참가했다.
권오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는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연한 것이 협약된 것이지만 이 기회에 의료계와 제약계가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공정위는 제약협회의 지정기탁제 시행 추진에 반대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지정기탁제가 사실상 자금세탁에 불과하다며 '비지정 기탁제'를 주장했다.
외자사들 참여 소극적…반쪽 짜리 지정기탁제 우려
제약협회의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날 양해각서 체결식에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측이 불참해 관심을 모았다. KRPIA가 지정기탁제 틀 안으로 들어올 의사가 없음을 다시한번 분명히 하는 처사로 풀이된다. 한국화이자, 한국MSD 등 대형 외자사들이 기정기탁제에서 빠지면 자칫 '반쪽' 제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 한국제약협회와 KRPIA는 지정기탁제를 둘러싸고 몇가지 측면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대립중이다. 우선 제약협회가 만든 틀에 KRPIA가 들어와야 하는가를 놓고 벌어지는 자존심 대결이다. 지정기탁제 시행으로 인해 국내사보다는 외자사의 마케팅 활동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KRPIA는 자체 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약협회 역시 외자사 본사가 직접 시행하는 학술행사에 문제가 많다며 이에 대해 제동을 걸 태세다. 이미 "좌장, 연자의 최소한 체류비를 제외하곤 불공정행위일 수 있다"는 공정위의 해석을 받아 놓고 외자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KRPIA 소속 외자사들도 지정기탁제에 들어오길 바란다"고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가한 김거성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상임집행위원은 "KRPIA도 함께 하는 것이 적절하다. 모든 제약사가 따를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을 만들어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의학 학술활동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 (재)한국의학원·(재)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사)한국제약협회는 의약·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학술활동의 행사지원에 있어 긴밀한 협력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다음과 같이 체결한다. 1. 본 양해각서를 통하여 위의 3단체는 의약품 공급자가 학회활동을 지원하고자 할 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및 방법에 의해 지원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 2. 한국제약협회는 한국제약협회가 인정하는 재단을 통해서 의료계의 각종 학술행사에 대한 협찬 지원이 가능하도록 보건의료분야 공동자율규약 및 한국제약협회 공정경쟁규약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다. 3. 한국의학원과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은 한국제약협회장이 추천하는 인사 1인을 이사로 영입하기로 한다. 4. 한국제약협회 회원사는 지정기탁제 방식으로 한국의학원 또는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에 기부하기로 하고 간접비용은 기부금 전체의 5% 이내로 한다. 5. 간접비용으로 조성된 재원은 기초의학회 등 지원육성이 필요한 학회의 학술행사지원 재단관리 운영비용, 자체연구 수행 등에 활용한다. 6. 학회 학술행사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의 일정부분은 학술행사를 주최하는 학회에서 부담하기로 한다. 7. 3단체는 공정거래질서를 정착하기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한다. 8. 동 양해각서의 정신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3자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동 양해각서의 효력은 서명한 날로부터 3년간으로 하되 갱신, 폐기에 관한 사항은 별도의 협의에 의하여 정한다. 본 양해각서는 원본 3부를 작성하여 각 당사자가 서명하고 각각 보관한다. 2008. 2. 26. (재)한국의학원 이사장 유승흠 (재)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이사장 김건상 (사)한국제약협회 회장 김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