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학회 '가짜 피부과의사' 합법화 우려 표명
산업인력공단, 피부미용사 '문진·촉진' 설명 논란
대한피부과학회가 미용행위와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피부미용사제도'를 시행할 경우 '가짜 피부과의사'를 양산할 우려가 있고, 국민의 피부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에 앞서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6일 춘계학술대회에서 '피부미용사제도 관련 특별 심포지엄'을 열고 오는 10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피부미용사 자격시험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조광현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은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피부미용 세무 업무 기준' 가운데 '질환적 피부를 제외한 피부상태를 분석하고'라는 부분은 피부미용사에게 명백한 의료행위인 피부질환을 진단하게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자칫 불법의료행위가 '가짜 피부과의사'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져 국민의 피부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또 "피부미용사 자격시험의 가장 큰 문제는 응시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응시자격에는 연간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단 몇 달 간 집중적으로 학원을 다닌 사람이나 일단 시험에 붙기만 하면 국가가 인증하는 피부미용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속성으로 익힌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은 자칫 국민의 피부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 뒤 "피부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전문교육을 받게하고, 이에 해당하는 사람에 한해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송해준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피부과)는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의료기기들을 사용해 오면서 자행해 온 유사·불법 의료행위를 공공연하게 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수생 보건복지가족부 생활위생과장은 "피부미용사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의사 지도하에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단지 피부미용실의 경우 피부미용사에게만 개설권이 있으므로 의사의 명의로는 개설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부미용사 자격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홈페이지(http://www.hrdkorea.or.kr) 공지사항<미용사(피부) FAQ>에서 '피부분석표 작성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모델을 대상으로 문진, 촉진, 견진 등을 통해 피부분석표와 피부관리 계획표를 작성하게 됩니다. 피부분석표 및 피부관리 계획표의 서식과 기재사항은 공개문제에 함께 공개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을 게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FAQ를 작성한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문진이나 촉진이라는 표현은 병의 진단을 담은 의미는 결코 아니다"며 "이 용어가 논란이 된다면 다른 용어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 과장은 "문진·촉진·견진 등의 용어는 의료행위를 뜻하는 만큼 이런 표현을 쓰면 안된다"며 "시정요구를 통해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