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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2주년>"가슴을 열어라" 세상을 향해…

<창간 42주년>"가슴을 열어라"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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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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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존경받는 사회를 위해

▲ 권훈(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근래에 와서 우리 사회는 전문직의 황금기에서 침식기로 전문직의 위상이 전환되어가는 추세를 보인다. 높은 교육수준과 정보의 확산 등이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사회구성원들의 욕구와 맞물려 전문직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전문직을 존경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의사직종도 그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의사라는 직종은 높은 직업적 위세와 수입의 보장, 그리고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는 독점적 지위를 구가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점차 하강기의 퇴조현상을 나타내는 실상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전문직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향이긴 하지만 의사직종이 그 중심에 서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대체로 특정전문직의 위상변화는 직능단체의 역할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전문직의 직능단체는 안으로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때로는 통제하며, 밖으로는 인접 전문직과 이해관계를 다투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는 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능단체의 활동은 사회 전체의 맥락 속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전략적 한계성을 갖는다. 즉 경쟁 전문직과의 협상과 조정의 단계를 거쳐 사회공동체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의사협회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적응해 왔는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더딘 인식과 자각, 배타적 독점권을 고수하려는 경직된 사고와 행동, 이기적 상업성 보다는 이타적 헌신성에서 사회 공동체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채 목전의 욕구충족에만 치우친 근시안적 전략, 그리고 구성원 내부의 자율성과 통제력을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한 리더십의 결핍 등으로 역기능적 측면이 기능적 측면과 어우러져 의협의 면모를 야누스적 양면으로 비쳐지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높은 삶의 질을 갈망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혁신이 두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실체이다.

따라서 의료체계는 더욱 다원화되고 의료 전문직의 분야는 한층 분업화 되어질 것이다. 따라서 각 영역을 둘러싼 울타리 지키기와 넓히기는 끊임없이 격화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요구조건은 나날이 늘어날 것이고 의사에 대한 상대적 관계를 대등한 방향으로 재정립하려고 뭉칠 것이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 의협은 의사의 정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프로페셔널리즘을 옹위하기 위해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문직이란 노동시장에서 타 직업군과 차별되는 독특한 위상을 향유하는 직업으로서 특정한 서비스에 대해 배타적인 관할권을 독점하고,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소유하며, 자기 직무의 조건과 내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권위와 이타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구분은 독점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규제의 힘을 가지고 있는 지의 여부이다.

우선 독점은 특정 전문직이 직무를 수행할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함으로 확립되어진다. 직능단체 혹은 전문가 협회는 전문직의 신규 진입을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는 문지기의 역할을 통해 기존의 독점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의사직의 경우 한의사와 약사 등의 타의료직과의 직무영역을 둘러싼 갈등상황과 더불어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은 적정한 의사수와 의료의 질을 기준으로 하여 의협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자율성이란 고유 업무와 개인적 행위에 대한 외부의 사회적 통제로부터 자유를 향유하는 정도를 말한다. 의사직의 예로 들면 개업을 위한 최초의 가입승인과 면허유지를 위한 세부기준을 집단 내부의 재량에 맡긴다.

그러나 자율권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에 무한대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의사의 직무수행 결과는 자칫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가혹할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 받게 된다. 더욱이 지금까지 자체 규제에 맡겨져 왔던 소비자들의 의식이 급속히 바꿔지면서 의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소송제기 등이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의협은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탈인격적인 형태로 전환되리라는 예측은 전문직으로서의 의사가 지녀왔던 위상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협의 제식구 챙기기는 사회공동체의 함묵적인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함으로 열린 마음 자세만이 존경받는 전문인으로서 의사상에 이르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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