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 수, 부족하거나 과잉이거나

한국 의사 수, 부족하거나 과잉이거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07.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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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ECD가 보고서를 통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발표한 것이 의사 공급 부족 혹은 과잉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며 터키에 이어 최하위권이라고 발표했다.

2007년 인구 1000명당 한국의 의사 수는 1.7명으로 OECD 평균 3.1명에 절반 정도 그치고 있다는 것.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의사증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의료계는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며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 의사 수는 부족한가 아니면 과잉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들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의료의 '비용'과 '질'에 대한 합의다. 언뜻 의사 수가 2배 늘어나면 지금보다 느긋하고 질높은 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적정 비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하루 60명은 봐야 의원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을 사회가 의사에게 지불한다면 의사 수가 2배로 늘어도 의사는 하루 60명의 환자를 보는 현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만일 30명의 환자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면 의사는 의료의 질 저하를 무릅쓰더라도 적정 진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아니면 과거보다 2배나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상적인지 않은 편법을 골몰하게 될지 모른다.

의사 수가 적어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틀을 깨고 싶다는 것일 거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비용을 묶어두고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이번 OECD 보고서에서 비롯된 논쟁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거나 많다는 논란보다 사회가 원하는 의료의 질적 수준과 지불 가능한 비용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OECD 보고서가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한국과 함께 터키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낮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터키는 OECD 국가 중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적은 대표적인 국가다.

사회가 지불하는 의료비가 적다보니 두 나라 모두 의사가 환자 머리 수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고 OECD 보고서는 그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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