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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큰병원 가면 '패널티' 줘야

감기로 큰병원 가면 '패널티' 줘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6.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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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12일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방안' 주제 포럼
한정된 보험재정 효율적 이용 모색…1차의료 역할 분담 논의

▲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지정토론자들이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감기를 비롯한 경증 환자가 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 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의료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경우 패널티를 주는 방안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박윤형)는 12일 의협 동아홀에서 제28차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감기나 고혈압 등 1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경질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상급의료기관 몰리면서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의료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에서 1만원 안팎에 치료할 수 있는 경질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4∼5배 가량의 비용이 더 들고,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임 연구위원은 보험재정을 낭비할 경우 외래 초진 비용 모두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임금자 연구위원은 "약제비 본인 부담률을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달리 적용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30%를 적용해 약제비 부담을 줄인 것도 병원의 외래이용이 늘어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면서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진료비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달리 적용할 경우 2007년을 기준으로 6549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건보공단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임 연구위원은 "서울 및 수도권의 유명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의원이 진료의뢰서 발급 창구로 전락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돼 2009년 한 해에만 95개 지방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2001년 21개에서 2009년 48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역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멀리 떨어진 도시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데 따른 직접비용의 증가와 추가적인 기회비용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의료사각지대가 더 늘어나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임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이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래환자는 의원에서 진료하고,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진료한다는 원칙이 이행돼야 한다"며 "환자선택권을 무제한으로 줄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일이나 야간을 비롯해 응급상황이 아닌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비용 모두를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진료의뢰서 사용기관과 횟수를 제한하고, 진료의뢰서 발급기관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진료정보제공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자의뢰를 받은 상급병원이 회송을 한 경우에는 회송수가를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종별가산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의료법 개정 취지에 맞게 병원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과 의원의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을 인하, 외래는 의원을, 입원은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하고, 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교육·연구·의료기술 개발 등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병상총량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같이 제안했다.

지정토론자들은 대부분 1차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으며,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에 앞서 제도적 환경과 여건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기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건강보험연구실장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고 개선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1차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보건의료인력 양성계획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차의료의 질향상 방안과 진료지침의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무게를 실었다. 최 실장은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1차의료를 강화하고, 2, 3차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난이도 높은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상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뒤 "1단계 의료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영욱 대한중소병원협의회장은 "OECD 국가 수준에 맞게 보험료 인상과 함께 정부의 보험재정 부담금을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며 보험재정 확충방안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렸다. 권 회장은 본인부담금 차등수가제와 종별가산율을 기관의 크기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무게를 실었으며, 1차와 2차 의료기관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방병원제를 활성화 할 것을 제안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을 갔을 때 비용에 대한 부담에 비해 편익이 의원에 갔을 때보다 크기 때문이고, 상급종합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외래를 통해 환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인 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위원은 "현재의 본인부담률을 더 올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주는 경우에는 본인부담 100%외에 추가적으로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하고 있는 프랑스의 패널티 방식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시민단체들도 의원급의 경영환경이 안좋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의뢰-회송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과 함께 정보제공료는 현실적으로 검토가 가능한 안"이라고 평했다. 신 연구위원은 "진료의뢰서 횟수를 1회로 제한한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너무 불편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억제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는 "1차의료기관에 적합한 질환군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면서 1차 진료에 적합한 환자의 기준을 외래서비스에 의한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값비싼 입원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특정 질환상태를 의미하는 ACSC(Ambulatory Care Sensitive Conditions)로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ACSC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가 사전허가 없이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경우 본인부담률은 물론 가산율까지 포함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경수 영남의대 교수는 "거시적이고, 입체적이며, 역학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이 선택의 자유와 욕구를 감내해 가면서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토론과 합의 구조에 무게를 실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의 분담을 비롯해 합리적 이용을 위해 전제돼야 하는 것이 인력 양성"이라며 "1차의료 역할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에 대해 정리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문제해결점을 찾기 위한 협력체를 형성하고, 작은 협력 사례를 만들어가면서 1차보건의료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날 포럼은 한국-그리스 월드컵 축구경기를 앞두고 열렸음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의협신문 김선경
송우철 의협 총무이사는 "복지부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논의를 해 오면서 정한 원칙이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과소비를 방지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과 의료서비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며 "1차의료기관이 게이트 키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진료 의뢰와 회송 시스템을 갖추기로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의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권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송 총무이사는 "입원·수술·특수검사가 필요하지 않는 환자가 병원에 가면 환자와 병원이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총무이사는 "전체 의사의 상당수가 전문의인 현행 의료인력 수급체계에서는 주치의제도가 의미가 없다"며 "만성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정과 몇몇만 참여하는 주치의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로 나선 노홍인 의료정책과장은 "복지부에 의료기관기능재정립TF를 구성해 지금까지 3차 회의를 개최해 오면서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과 의료인력 수급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뒤 "머지않아 기본 방향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과장은 "1차의료기관은 게이트 키퍼로서의 역할을, 중소병원은 전문병원과 개방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과장은 "전체 의사 가운데 전문의의 비율이 75%가 넘어가는 상황을 감안해 전문의를 활용할 수 있는 주치의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과장은 "내외적 환경 자체가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는 예전과는 달리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상당한 신념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면서 "여러분 의견을 충분히 귀담아 듣겠다"고 강조했다. "실망하지 않는 안들을 만들어 보려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포럼 좌장을 맡은 한달선 전 한림대 총장은 "장기적으로 어떤 Healthcare Delivery system을 갖고 갈 것인지, 지금 당장할 수 있는 것과 장기적인 모습이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료전달체계를 환자전달시스템으로 이해하는 단순한 접근부터 인식의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1차의료가 붕괴되면 건보 재정이 붕괴되고,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혼란이 올 것"이라며 "의원-병원-대학병원이 조화롭게 다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협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의정 간담회에서 전재희 장관도 의료전달체계와 1차의료에 대해 많이 우려를 표했다"면서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럼을 주최한 박윤형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박윤형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공급체계·의료이용체계·인력 및 시설 등 의료자원수급체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될 때 환자 이용체계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시행해 왔지만 법령미비와 함께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과 의료기관 간의 과잉 경쟁으로 제도 자체가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면서 "고령화 사회를 맞아 의료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고비용-저효율로 인해 보건의료체계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정책연구소(임금자·민혜영·최진우·김계현·이정찬 공동연구)가 이날 공개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방안은 최근 열린 의·정 간담회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안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협의체' 구성과 복지부에서 가동 중인 '의료기관기능재정립TF'와 맞물려 다른 어느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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