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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뜻 이어 한국 여의사 저력 보여줄 것"

"선배 뜻 이어 한국 여의사 저력 보여줄 것"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10.08.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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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자의사회 차기회장에 선출된 박경아 교수

26년전 국제여자의사회 영포럼 한국대표로 시작해 2013년 국제여의자이사회 회장에 취임하는 박경아 교수.ⓒ의협신문 김선경
"세계지도를 보면 한국은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찾아봐야 하는 작은 나라입니다. 개인적 영광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한국을 알리게 된 것이 큰 보람입니다.

역대 어느 회장 보다 잘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국 여의사의 저력을 느끼게 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아울러 한국의 젊은 여의사들을 이끌고 세계로 나가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지난 7월 29일 독일 뮌스터에서 국제여자의사회(MWIA) 총회가 열린 가운데 박경아 한국여자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연세의대 교수)이 만장일치로 MWIA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이로써 한국은 1987년 주일억 회장의 당선 이후 일본과 더불어 동양권에서 유일하게 두번째 MWIA 회장 배출국이 됐다. 두번의 회장 배출국으로 MWIA내에서 한국여자의사회가 공고한 위치를 갖기 까지는 26년전인 '1984년'이 단초가 됐다.

198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19차 MWIA 총회에 한국은 역대 최대규모인 64명이 참가했다. 같은해 5월 취임한 주양자 한국여자의사회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나 여의사회의 위상으로 보아 MWIA 총회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개최국인 캐나다에 이은 2번째 규모였다.

그 결과 1989년 MWIA총회 개최지를 한국이 거머줬고, 1987년 주일억 박사의 국제여자의사회장 당선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하나 더. 1984년은 박경아 회장이 MWIA무대에 데뷔한 해다. 당시 첫 창설한 MWIA 영포럼의 한국 대표로 차출돼 64명의 참가자중 가장 어린 연배로 국제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친 김에 구연발표자로 나서 '뇌의 세포구축학 연구의 남녀 차이'를 발표했는데 학술대회 주제 (Man and Women: 생물학적 그리고 행동학적 차이)와도 딱 맞아떨어지면서 발표가 끝나자 박수가 터지고 서로 사진을 찍자고 성화였다. 한마디로 국제여자의사회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한 셈이었다.

영포럼 대표자의 활동 중 하나는 기념품 판매로 기금을 모으는 것. 첫 데뷔에 박 회장은 할당받은 100개의 래플(경품 뽑기)을 일찌감치 팔아치우는 저력(?)을 보이면서 당시 캐나다출신 국제여자의사회장의 눈에 단박에 들어왔다. 이 여세를 몰아 3년후 기금모금위원장에 발탁된다.

이후 1992년 재정위원, 2004년 서태지역 여의사회 부회장, 그리고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되기 까지 한계단 한계단 여정을 밟아왔다.

박 회장은 회장 당선의 공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힘든 환경에서도 한국여자의사회를 지켜주고 자비로 국제여자의사회에 참여해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신 선배들 덕입니다. 주일억 박사의 당선 때도 주양자 회장을 비롯해 60여명의 여의사들이 참가해 힘을 보탰어요.

당시 세 나라에서 후보들이 나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한국이 3표차로 당선됐는데 투표권이 있는 각 나라 이사들의 이름을 새긴 도자기를 만들어 행여 깨질세라 하나하나 핸드캐리어로 옮기는 정성을 쏟았지요. 이번에도 저를 응원해주시기 위해 연배가 높으신 선배들을 비롯해 32명이 기꺼이 함께 하셨어요."

MWIA는 1919년 뉴욕에서 창설돼 각국의 여의사회 결성을 돕고 여성의 인권향상과 여성 지도자의 양성을 지원하는 한편 UN과 WHO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아동과 여성 건강문제에 기여하고 있다.

창립 당시만해도 여의사는 호기심의 대상일 정도로 소수였으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의대 학생수의 50%를 점할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선 여의사회를 조직하지 못하거나 가난 때문에 MWIA 활동을 못하는 나라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가입국은 46개국이며, 50여 나라의 여의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참여율이 낮고, 중앙아시아만 해도 태국·인도를 제외하면 많은 나라들이 미가입상태입니다.

연회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죠. 제 임기동안 제약회사 등 스폰서를 구해 연회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겁니다. 최종 가입 목표 국가는 북한입니다."

회원국 확대와 함께 박 회장은 대규모 해외봉사단을 발족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미 올 4월 한국여자의사회장에 취임하면서 해외의료봉사를 천명한 박 회장은 3년동안 열심히 기반을 닦아 다른 나라 여의사들까지 규합해 MWIA 해외봉사단을 창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위한 팁을 묻자 박 회장은 서슴없이 외국어(영어)를 꼽았다.

▲ ⓒ의협신문 김선경
"제일 중요한 것은 언어죠. 이번 총회에서도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다음 총회를 선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제가 'propaganda'란 말을 했더니 외국 이사들이 깔깔 웃더군요. propaganda는 North Korea가 쓰는 말이고, 그럴 땐 'promote'란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일본 출신인 헤시키 국제여자의사회장은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서면서 'evacuate'(철수하다)라고 해서 또 한바탕 웃었어요. 미국 존스홉킨스에서 10년 교수생활을 한 친구인데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 사용에서 가끔 어이없는 용어가 나오나봐요 .

제 경우에도 일반적인 대화나 연설·발표할 때는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 수시로 언어장벽을 느껴요.

두번째론 어느 모임에서든 외국사람과 친구가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국제여자의사회에서 저를 아는 사람은 저를 통해 한국이란 나라를 알게 되죠. 이런 의미에선 저는 스스로를 '의사외교관'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쉽게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 큰 보탬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경아 회장의 공식임기는 2013년 서울에서 열리는 29차 MWIA 총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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