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선택진료제 대책없이 폐지하면 병원 줄줄이 망할 것"
병원경영국제학술대회 15일 '의료공급체계 지속가능성' 모색
15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병원경영 국제학술대회(2013 Korea Healthcare Congress) 토론회에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제안한 선택진료제도 개선안은 병원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의료서비스의 가치가 100이면 70∼80% 밖에 수가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게 되면 생존을 지탱하는 끈이 근본적으로 망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의료공급체계의 지속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 위원장은 "2011년까지 행위량을 늘리며 간신히 수지를 맞췄는데 최근 3년 사이에 진료 건수가 정체돼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며 "유동비용에 비해 유동자산이 86%대로 떨어지면서 1년 동안 13.9% 경상이익을 내지 못하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2년 이내에 의료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는 환경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의료원가는 외래 79%, 입원 69%, 응급실 25∼4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는 땜질식 처방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보험이사는 "1, 2차 의료기관은 예방과 외래 중심으로, 3차 의료기관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정상적 의료체계로 가야한다"며 "선택진료제도와 상급병실을 갑자기 없앨 것이 아니라 국립암센터·일산병원을 비롯한 공공에서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선택진료비는 중중환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경증환자의 급여비를 보존하는 형태"라며 "위험분산이라는 보험 본연의 기능을 찾아가려는 것이 선택진료비를 비롯한 비급여의 급여화"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도가 변화할 때는 당사자에게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선택진료를 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가산제를 비롯해 인증평가·심평원 적정성평가 등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약 90%가 현재 급여비를 그대로 받아가는 것으로 나왔고, 병원으로 가는 총액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선택진료를 하는 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5∼10%에서 1억원∼10억원 내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합리적인 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 가산과 질 평가를 통한 차등 지급 등 다양한 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선택진료비를 급여화 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0%를 부담하고, 환자가 20%를 부담하는 비율에 대해서는 환자의 선택에 의한 것까지 그대로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 환자의 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선택진료비를 급여화 하면서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합의 과정을 밟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손 과장은 "연말까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포함한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그렇다고 2015년 1월부터 당장 시작한다는 것은 아니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실시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공급자들이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소윤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교실)는 "결국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 차액 문제를 비롯한 제도의 개선은 재원 조달이 핵심"이라며 "소액 급여는 자기 부담을 늘리고, 중증질환에 대해 급여를 더 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뒤 "싱가포르의 저축제도와 건강한 행동을 하는 국민에게 건강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유토론에서 박상근 병협 부회장(서울특별시병원회장)은 "정부는 선택진료비 규모가 1조 3000억원이라고 하는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2조원대로 추정했다"며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가 제안한 시범사업을 먼저 해 보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추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범사업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손실을 100% 보존해 준다고 하면 못 받을 것도 없겠지만 중소병원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과 저수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다시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어떻게 공급자를 참여시킬 수 있을지 협회와 방법을 논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