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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알을 품은 '잎싹'

청진기 알을 품은 '잎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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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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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주(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R1)

▲ 신명주(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R1)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무일푼으로 비행기표만 들고 유럽 여행을 한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호스텔이나 민박의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으면 돈 없이도 충분히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1년 간 유럽 여행을 한 후 영국에 가서 미래의 비틀즈가 될 무명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유럽은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한 후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홍보 영상을 부탁하지 않았다. 그들은 로마로 가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파리에서 로마까지 이동은 히치하이킹이었다(그들에겐 돈이 얼마 없었다).

하지만 로마에서도 그들을 찾는 곳은 없었다. 시간은 갔고 그나마 갖고 있던 돈도 바닥났다. 결국 꿈을 포기하고 귀국을 결정했다. 귀국 결정을 내린 그 날, 그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한 호스텔에서 홍보영상을 부탁한 것이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그들은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목표였던 영국 뮤지션의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영화를 보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암탉 '잎싹'은 마당으로 나가기 전까지 편안한 삶을 살았다. 닭장 안에서 알만 낳으면 주인이 먹여주고 재워줬다. 하지만 잎싹은 마당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알을 품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잎싹은 주위의 만류에도 마당으로 나갔다. 밖에는 잎싹을 잡아먹으려는 짐승도 있었고 먹을 것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잎싹은 알을 품는데 성공했다.

유럽으로 떠난 잉여들과 잎싹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둘 다 원래 자리에 있었다면 편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잉여들은 집에서 누워 빈둥대다 서로 만나 술 마시고 놀았을 것이고 잎싹 역시 주인이 주는 식량을 받아 먹으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현실을 벗어나길 원했다.

그리고 목표를 갖고 현실을 벗어났다. 중간 과정에 많은 고난들이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도전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뤘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보았다. 스무 살의 나는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과연 그런 도전들이 있었나? 생각나지 않는다면 왜일까? 실패를 걱정하며 현실에 안주한 것은 아닐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자문자답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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