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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친구와 잘 어울리게 하는 '한국형 기술' 나와

학교서 친구와 잘 어울리게 하는 '한국형 기술' 나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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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정 교수, '미국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 사회기술훈련' 한국판 개발

친구를 사귀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들이 학교나 집단에서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데 필요한 사회기술을 익힐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미국의 프로그램에 의존했던 것을 극복, 한국형에 맞게 개발돼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의 사회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부모들의 불안감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가 미국 UCLA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인 'PEERS(Program for the Education and Enrichment of Relational Skills)'를 국내 최초로 들여와 우리 정서에 맞춰 다듬은 한국판 PEERS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희정 교수팀은 이렇게 개발된 한국판 PEERS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국내 자폐범주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도 마쳤으며, 그 결과는 국제 자폐연구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Autism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PEERS 프로그램은 친구를 사귀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자폐범주성장애 중·고등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부모 조력형 치료 프로그램이다. 환자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부모와 함께 사회기술훈련을 받을 수 있게 짜여졌다. 미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치료 근거도 확립됐다.

유희정 교수는 2011년 미국에서 직접 이 프로그램을 들여와 1년 6개월에 걸쳐 세부 사항을 다듬고 문화적 차이에 의해 직접 번역할 수 없는 부분들을 고쳤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청소년과는 다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주된 방과 후 활동을 조사해 포함시키고, 청소년들이 흔히 하는 농담의 종류나 친구들의 놀릴 때 대응할 수 있는 말 등을 우리나라 언어에 맞게 바꾸는 식이다.

유희정 교수팀은 지능 지수(IQ) 65이상의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 55명을 각각 27명, 28명의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무작위 배정에 의해 한 그룹(시험군)은 바로 PEERS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나머지 한 그룹(대조군)은 3개월 후에 시작했다.

참여 그룹은 부모와 자녀를 분리해 주 1회 90분 간 ▲대화하기 ▲대화에 끼어들기와 빠져나오기 ▲전자통신을 이용한 의사소통 ▲적절한 친구 선택하기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거절을 다루는 법 ▲친구와의 의견 불일치나 논쟁을 다루는 법 등을 주제로 치료진과 훈련을 가졌다.

각 주제는 주로 사회적 기술에 초점을 뒀다. 총 14주 간 진행된 이 과정에서 총 8명이 중도 탈락했고, 모든 임상시험이 끝났을 때는 47명이 남았다. 최종 결석률은 1.8%로 대체로 높은 치료 참여율을 보였다.

치료를 바로 시작한 시험군은 기다린 대조군에 비해 ▲사회적인 기술에 관한 지식 ▲놀이 및 또래들과 여가시간을 보내는 기술 ▲대인관계 기술 ▲대화 능력 등 전반적인 사회성 평가 항목에서 월등히 향상됨을 보였다.

또 자폐범주성장애 환자 및 보호자가 흔히 느끼는 우울증상과 부모의 불안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는 아이와 부모의 설문지, 그리고 직접 관찰에 의한 방법에서 모두 비슷하게 드러났으며, 이런 효과는 치료 후 3개월 이상 지속됐다.

유희정 교수는 "어린 아동들은 놀이를 통해 또래관계를 맺고 유지하지만, 청소년들은 주로 대화를 통해 관심사와 흥미를 나누며,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관심을 가진 또래과 우정을 맺는다"고 말했다.

특히 "자폐범주성장애 청소년들은 각자의 관심 분야가 매우 뚜렷하고 강렬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 청소년들이 자신과 잘 맞는 친구를 만나 사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게 구체적인 행동 단계를 제시하고, 부모와 청소년으로 하여금 배당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강조된다는 점에서 이 매뉴얼은 매우 행동 치료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아이들은 친구가 집에 왔을 때 더 이상 방 안에만 있지 않고, 나와서 더 많이 어울리려고 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행동의 큰 변화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자폐범주성장애(자폐스펙트럼장애)란 자폐증을 비롯한 아스퍼거 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PDD NOS) 등을 모두 통틀어 부르는 용어다.

2013년부터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뇌의 기능에 생물학적 결함이 있는 발달장애를 모두 합쳐 자폐범주성장애(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자폐범주성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이들의 특성 중 하나인 '사회성의 결여'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적절한 사회기술훈련을 통해 사회성을 얼마나 향상시키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서양에서 개발된 것들을 단순 번역해 별다른 효과 검증 없이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시행하는 대상 또한 기능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아동들에 국한 돼 있는 경향이 강했다.

유 교수는 "학습자의 연령대나 눈높이에 맞춰 개발된 효과적인 사회훈련 프로그램은 자폐범주성 장애 청소년들로 하여금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는 법이나 일반적인 의사소통법을 습득하게 해 사회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들이 학교나 모임 등 집단 속에서 자연스레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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