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보충음료, 허기와 갈증 줄이고 회복에도 도움
분당서울대병원 정규환 교수팀, 보충음료 복용 후 배출평가 시행
수술대에 오르기 전 금식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전 금식을 하는 이유는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 중에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기도를 폐쇄해 질식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금식은 이같은 위험요인을 막기 위해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선택해 온 방법이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해 힘들었던 과정 중 하나로 금식을 꼽는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최소한 8시간 이상은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는데, 수술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허기와 갈증까지 더해져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최근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Early Recovery After Surger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이에 대한 경험이 축척되면서 전통적인 수술 전후의 환자처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금식이다.
수술 전 금식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만든다. 유럽정맥경장영양학회(ESPEN)·국제수술대사영양학회(IASMEN)·유럽마취과학회(ESA) 등 많은 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는 것은 공복과 갈증을 줄이고 수술 후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회복을 돕기 때문에 수술 2시간 전까지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정규환 교수팀은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 섭취의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2013년 6월~12월까지 6개월간 건강한 성인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보충음료 복용 후 위 배출 평가를 시행했다.
PET-CT를 이용해 탄수화물 보충음료 음용 직후부터 시작해 30분간 위 부분을 연속 촬영하고, 음용 후 2시간에 한 번 더 촬영해 정량적인 방법을 통해 위 배출의 정도를 평가한 결과 99.6%가 배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수술 2시간 이전에 음용한다면 실제 폐흡인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정 교수팀은 소아환자 30명을 대상으로도 'pilot study'를 시행했고, 이들을 대상으로는 불안수준(anxiety level)을 체크한 결과 공복감이 줄어들면 불안감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정규환 교수는 "수술 전 길어지는 금식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면 환자의 불편함도 덜고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위한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환자의 대사 및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술 후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를 추가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