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장들 "무리한 자료 제출" 2000명 증원 근거 부쉈다

의대 학장들 "무리한 자료 제출" 2000명 증원 근거 부쉈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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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C "의대 정원 수요 조사는 과추계였다…2000명 숫자 어디서 왔나"
"제자 불이익 좌시 않는다"…의·정 논의의 장에서 증원 규모 재조정해야

ⓒ의협신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9일 서울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수요조사 당시, 각 대학의 실제 교육여건에 비해 무리한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인정한다.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무리한 증원이 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거란 의학교육계의 우려에도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추진하는 주요 근거였다. 그런데 수요조사에 응했던 의대 학장들이 스스로 그 근거를 부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9일 서울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전국 40개 의대 학장의 이름으로 2000명 증원 재조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KAMC 40개 의대 학장들은 '2000명'이라는 숫자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증원 규모를 전면 재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우선은 수요조사가 결코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짚었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수요조사 당시, 대규모 증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보다도 대학의 미래나 위상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에 따라서는 공문 자체가 대학 본부로 갔기에 의대 학장 의견 외에 대학 본부 측의 입장도 반영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수요조사 외에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신 이사장은 "근거 자료를 요구했을 때 정부가 3편의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 중 2편은 애초에 의료인력 추계를 위해 발주된 연구가 아니었다"며 "자료를 검토했으나, 2000명을 어느 부분에서 발췌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학장들은 2000명 증원으로는 결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국립대는 몰라도 사립대에는 지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온 데다, 과거 서남의대 사태 때도 약속했던 강의실·실습실 예산을 3년 후에나 지원해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KAMC는 지난 1월 9일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안한 바 있다. 2000년 감축했던 분인 만큼, 그 정도 규모의 학생들을 추가로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역시 350여명을 적정 증원 숫자로 제시했다. 

신 이사장은 "현재 의대정원과 관련해 벌어지는 문제들은 '2000명'이란 숫자를 그 누구도 알기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열린 자세로 머리를 맞대 장기적인 의료체계 전략을 수립하자.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과학적 모델을 논의해 나가자"고 제언했다. 

한편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결의에 대해서는 제자들이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그 뜻을 존중해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KAMC 40개 의대 학장들은 "정부를 향한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신찬수 이사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며 휴학하는 것을 어떻게든 적극 만류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은 굴뚝같다"면서도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향한 의사표현 방식으로서 휴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개학 연기나 커리큘럼 조정 등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당히 우려된다"며 정부가 조속히 전공의 사직과 학생 휴학 등 사태를 해결하고 논의의 장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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