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카데바도 구하면 돼" 몰이해 드러낸 정부

"교수도, 카데바도 구하면 돼" 몰이해 드러낸 정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23 20:54
  • 댓글 69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민수 차관 "강의실 충분하고, 타과 교수 채용하면...질 저하 없다" 단언
의학계 "무지성 억지 논리, 현장선 오전·오후 2부제 심각하게 고민하는 판"

ⓒ의협신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의협신문

"시신이나 실제 심장같은 기자재...아니 이런 것을 뭐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이런 것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부도 적극 나서서, 적극 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면, 극복 가능한 문제로 보입니다."

"병리학이나 생리학 등 기초의학교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의과대학에서 이 학문을 하신 분이 교수가 되는 것이 제일 좋죠. 그렇지만 지금도 이미 인원이 없어서 타과 교수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충분히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내년부터 의대정원 2000명을 늘려도 의학교육의 질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강의실은 충분하고, 교수는 채용할 수 있으며, 실습교육에 필요한 해부용 시신(카데바) 등은 힘을 합쳐 구하면 된다는 논리다.

의학교육 현장에서는 즉각 "의학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반박이 나왔다. 

박 차관은 23일 KBS1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1:1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주요 화두 중의 하나는 의대증원에 따른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였다. 2000명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학계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이에 박민수 차관은 "정부도 의료 질 저하 가능성을 당연히 따졌다. 학교와 논의한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됐고 전문가 검증, 의료평가 인증기준에 맞춰서도 봤다. 기자재와 교수가 부족하다고 했는데 2년의 예과 과정이 있어, 지금부터 1년 반 이상 시간이 있다.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를 충분히 충원하면 된다"며 대규모 의대증원에 따른 교육 질 저하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의대들의 우려가 크며 정부 검증과정도 부실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의대학장들이 올린 의대정원 규모와 총장이나 본부에서 올린 수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검증단이 현장에 와서는 병원을 증축하는 모습을 보고는 '여기서 수용하면 되겠네'하며 바로 철수하는 등 부실 검증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는 발언과 함께다.

이에 박 차관은 "(의대)학장과 (대학)총장의 의견이 다른 학교가 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장은 강의실이 다 차서 공간이 없다고 하는데 총장이 보기에는 다른 건물의 다른 공간을 쓰면 된다고 본 것이다. 의대학장들은 모르는 부분들을 전체 예산을 총괄하는 대학들은 알고 있으니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2000명 증원은 현재 의학교육 여건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의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차관은 정면으로 맞받았다. "문제는 강의실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지금도 기초의학교수가 부족한데 정부는 어떻게 충분하다고 자신하는지 모르겠다. 실습위주의 의학교육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김 비대위원장의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다. 

박 차관은 "병리학이나 생리학 등 기초의학교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이미 인원이 없어서 타과 교수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충분히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시신이나 실제 심장같은 것이 부족하다고 들었지만 정부도 적극 나서서, 적극 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면,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의학계에서는 즉각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도 다수 의과대학이 적정 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뽑으면 된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는 비판이다. 

힘을 합쳐 카데바를 구하자고 한 부분에서는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차관이 진심으로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믿기 어렵다. 의대증원의 당위성을 밀어붙이려다 나온 실언이라 생각하고 싶다"는 조소섞인 반응도 나왔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농담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2배로 늘리면 의대를 오전·오후반으로 돌려야 가능하다"며 "강의실이나 실험실습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학생들을 구겨넣어야 하는 판"이라고 전했다.

"교수를 충원하면 된다지만 지금도 비수도권, 지방의대는 전공의 수련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을 겨우겨우 유지하는 곳이 많다"고 밝힌 김 교수는 "이미 상당수 의대가 통합 6년제에 맞춰 의대 스케쥴을 예과 2학년으로 많이 내렸다. 예과 2년을 감안해 1년 반 정도 준비기간에 여유가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반년 안에 필요한 교수를 충원해야 한다는 얘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