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1000명 정치권도 가세...‘난전’된 의대증원

500명, 1000명 정치권도 가세...‘난전’된 의대증원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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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연일 중재안 제시...."2000명 증원 너무 많아" 의료계 주장 고려
"각계 의견수렴 정부 주장 헛구호"...정치적 타협 안돼 경계 목소리도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치권이 '증원규모'에 관한 중재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2000명 증원 결정의 근거가 부족한데다, 현 의학교육 여건상 당장 이런 대규모 증원은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결과다.

의료계에서는 여론 전환에 일견 반가움을 드러내면서도,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놓은 탓에 의대정원 결정의 문제가 정치적 타협거리로 전락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000명 의대증원'을 둘러산 의정간 강대강 대치상황이 지속되면서, 의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적정 의대증원 규모에 관한 중재안들이 연이어 제안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의료현장의 전언을 빌어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26일에는 이낙연 새로운 미래 공동대표가 금번 파업 사태의 중재안이라며 "10년간 매년 의대 정원을 15∼20%, 458명에서 611명 사이의 증원 폭으로 늘리"는 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같은 날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된 보고서의 주인공인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간 500명∼1000명 범위에서 의대정원을 조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신 의원은 "정부와 젊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소비자, 정치인 등이 테이블에 모여 지금의 혼란을 잠재우고 보건의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합리적인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증가를 연간 500~1000명 범위 안에서 조정해 결정하고 지방의대 중심으로 증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0명 증원 결정의 근거가 부족한데다, 현 의학교육 여건상 당장 이런 대규모 증원은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료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결과다.

의료계는 그간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의 과학적 객관적 근거라며 제시한 연구보고서 어디에도 2000명 증원이 적정하다는 제언은 없으며, 당장 내년부터 2000명의 학생들을 증원할 경우 교육여건의 부족으로 인한 질 저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원래 필요했던 것은 3000명 내외이나 여러 여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생각한 것"이라며, 증원 규모에 대한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2000명 증원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일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원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료계 밖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던 정부의 주장도 헛구호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중재를 명분으로 각계가 저마다 적정한 의대정원의 숫자를 제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의대정원 결정의 문제가 정치적 타협거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다. 

A 의대교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주장한 2000명 증원설에 균열이 일고 있다"면서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했던 기존 정치권조차도, 정부가 왜 현장에서 수용할 수도 없는 2000명을 고집하는지, 왜 이렇게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인지 그 근거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의대정원의 문제가 정치적 타협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걱정"이라며 "의과대학 정원은 중간에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바탕으로 근거를 가지고 따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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