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의대 학생 1400여명 민사로…"총장님, 의대 교육환경은 아십니까"
의대협 "학생-대학 계약관계는 양질 교육 기대가 전제, 증원은 계약 위반"
증원 처분을 받은 전국 32개 의대 학생들이 소속 대학 총장을 상대로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민사소송에 나섰다. 각 의대 학생들은 대규모 증원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며, 소송을 통해 이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의대생 168명을 비롯해 정원이 3~4배로 뛴 10개 의대 학생 1363명은 22일 총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으로, 다른 23개 의대도 이번 주 중으로 소송을 마칠 계획이다.
이날 10개 의대 학생대표들과 노정훈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공동비대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충북의대 학생대표는 "이대로 증원이 강행된다면 병상 규모가 800명인 충북대병원에서 1400명이 실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준성 충북의대 학생회장은 고창섭 충북대 총장을 향해 "증원에 앞서 충북의대 교육 환경을 제대로 알고 계시느냐"며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다"고 성토했다. 충북의대의 현 정원은 49명으로 강의실과 실습실도 그에 맞춰 운영 중인데,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을 200명으로 배정했다.
그러면서 "200명으로 증원된다면 본과 3·4학년 400명과 수련의 1000명, 총 1400명이 충북대병원에서 실습과 수련을 해야 하는데 임상실습을 위한 병원 공간과 시설 등도 부족하다"고 말을 이었다.
또 "지금도 카데바 1구에 8명씩 붙어 해부실습을 하고 2~3개의 기자재를 돌려가며 임상술기를 연습하는 실정"이라며 "임상실습을 위한 병원 공간과 시설 등도 부족하다. 이대로 증원이 강행되면 제대로 된 학습이 불가하다"고 우려했다.
노정훈 의대협 공동비대위원장도 정부를 향해 "학생들은 미래 의료인으로서 우리나라 미래 의료 붕괴가 두렵다. 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왜곡하고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학생들은 의학교육 당사자로서 의학 교육을 퇴보시키는 졸속 증원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의학교육 환경과 미래의료를 지키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민사소송의 취지를 "충북의대 등 증원 강행의 절차적 부당성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소명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기대해 등록금을 납부하고 입학했는데 증원으로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학생-대학 간 계약 위반이고 채무불이행이기에 소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지난 행정소송에서 의학교육 당사자임에도 심문조차 없이 각하 결정을 받은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따라서 원고적격에 대한 우려 없이 바로 학생들의 주장을 심리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이 지난 행정소송보다 효용성이 클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