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우려 목소리 팽배, 빅5 병원 살리기라는 비판도
의학회·34개 교수 비대위 "끝없는 미봉책 나열에 아연실색"
병원을 떠나 5개월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전공의 약 1만여명의 복귀를 위해 정부는 돌아오는 9월 후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을 이번 사태 정리의 전환점으로 삼고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수도권 쏠림 심화, 빅5 병원 살리기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료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대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복귀 전공의와 사직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게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후반기 모집에서만큼은 수련과목과 수련병원 경계를 허문다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접한 의료계는 수도권과 인기과 쏠림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상도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수도권 쏠림이 여전할 것"이라며 "지방붕괴, 인구감소, 고령화, 저출산이 모두 묶여 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뗌질식 처방만 내놓으면 절대 안 된다. 지금도 지방은 있던 집을 팔고 대출받아서 서울에다가 집을 산다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근본적 문제에 접근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은 다 망했다"라는 극단적 진단도 나왔다. 충청권 대학병원 보직자는 "수도권 쏠림과 저출산 원인은 고치지 않고 외국인을 왕창 이민시키자는 것과 같다. 지방은 소멸할 판"이라고 비관했다.
경상도 한 대학병원 보직자 역시 "15일이라는 데드라인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일 뿐"이라며 "빅5 병원 살리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의료를 살리겠다고 했던 것에 역행하는 것이다. 총선용 거짓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급기야 의학계를 비롯한 의대교수들은 정부가 밝힌 대책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냈다.
대한의학회는 9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수련 받을 병원과 진료과목의 경계를 없애는 것의 문제점을 짚었다.
의학회는 "모든 전공의가 원래 있던 병원을 지원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직에 대한 각 병원의 입장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하반기 지원을 급작스럽게 결정하면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선발과정에서 실제적인 혼란과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 전공의나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라며 "그러면 지방 필수의료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34개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지방 병원 전공의를 수도권 병원으로 유인해 충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 취해야 할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사직 후 9월 미복귀자에게는 수련 특례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명백히 전공의를 갈라치기 하고 현 사태를 임기응변으로 땜질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전문의 시험도 마음대로 추가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끝없는 미봉책 나열은 교수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