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시키든, 사직시키든" 공 떠안은 수련병원 '당혹'

"복귀시키든, 사직시키든" 공 떠안은 수련병원 '당혹'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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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수련병원에 15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결원 확정' 요구
마감시한 정했지만 가이드라인 없어...일괄사직 처리 등 병원장 재량
사직서 수리시점 논란 여전...이러면 소송 저러면 정원 감축 '진퇴양난'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7월 15일을 시한으로 각 수련병원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결원 확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병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까지 이탈 전공의들을 복귀시키든, 사직시키든 결정을 지으라며 병원들에 책임을 떠넘긴 셈인데, 전공의에 줄 것은 없고 그냥 두면 정원 감축이라는 패널티가 기다리는 상황이라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밝히면서 각 수련병원에 "하반기 모집에 차질이 없도록 7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각 병원별 이탈 전공의 정리 시한을 15일로 못 박은 셈이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한 뒤,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7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원서접수를 받을 것이라는 계획과 함께다. 9월 하반기 수련개시를 목표로 마무리 절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면서 "조치 요구사항을 미이행하는 경우에는 내년도 전공의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기한을 지켜 조치해달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각 수련병원들이 1만 3000명에 이르는 전공의를 복귀시키든 사직시키든 정리할 책임을 떠안았다.

결원 확정시한인 15일 이전에 소속 전공의가 사직이나 복귀여부를 명확히 결정 짓는다면 분류만 하면 될 일이지만, 전공의들이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직이나 복귀여부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남았을 때가 문제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최종 사직처리 여부는 온전히 수련병원장의 재량으로 남는다.

일단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을 병원이 전원 사직처리해 결원으로 잡는 방법이 있겠는데, 이 경우에도 사직서 수리 시점 등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이 남는다.

정부는 행정명령 철회 이후인 6월 4일 이후 합법적인 사직서 수리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 시점인 2월을 시점으로 해 사직처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어떤 시점에 사직서를 수리하든 쟁송의 위험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8일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반해 사직서를 소급해서 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간 법률 관계는 정부가 일일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관계이기 때문에 당사자간 협의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발을 뺐다.

또 하나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전공의들의 의사를 존중해 결원처리하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두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정부가 예고한 내년도 전공의 감원 등 압박과 불이익을 견뎌야 한다. 

지방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이 내년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공의 감원은 병원 입장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조치"라고 토로했다.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떠나 병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15일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일 뿐 전공의들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니 병원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뒤늦게 전문의 중심병원을 주창하고는 있지만,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전공의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면서 "급한 건 정부  뿐인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애꿎은 수련병원들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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