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진료 급여 제한'으로 둔갑…선별급여 내 새 형태 신설
NECA, 도수치료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도출 막바지
의료계 "의사도 환자도 불만족…실손보험사한테만 좋은 정책"
필수·지역 의료 살리기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의료개혁. 의료계 참여 없는 반쪽자리 논의체로 진행되고 있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 ·의결했는데 여기에는 의료계와 숙의가 필요한 의제인 혼합진료 금지도 들어있다.
비급여 관리 강화 일환으로 등장한 안건인데, 정부는 '도수치료'를 가장 앞에 내세우고 있다. 의료계는 혼합진료 금지 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데다 도수치료 그 자체를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로 보는 게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할 비급여 항목으로 본다는 데 불편함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공개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하고 공정한 보상을 주제로 혼합진료 금지를 '병행진료 급여 제한'이라는 말로 바꿔 제시했다.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의 병행진료 급여를 제한하고 급여 청구 시 비급여 실시 여부 자료 제출 등 관리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선별급여 안에 '병행진료 관리 급여'를 신설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의료기술 재평가를 거쳐 효과성을 검증하고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 항목 제일 앞에는 도수치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의개특위는 도수치료를 예로 들어 병행진료 급여 제한 적용 방안을 설명했는데 의학적 필요를 넘어 일정 횟수 이상 반복되면 외래 재진 진찰료, 급여 물리치료료 또는 기준 기술 대비 효과적인 일부 부위를 제외하고는 병행 급여를 제한한다고 했다.
마침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도수치료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진행, 결과 도출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의료개혁 특위의 계획과 시기가 NECA의 평가 결과 도출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도수치료가 병행진료 급여 1호가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NECA 관계자는 "지난달 최종 회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재평가위원회에서 추가 분석을 요청해 결론 도출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라며 "이달 중 최종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와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도수치료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라며 "현장에서 하고 있는 도수치료를 그대로 평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문헌 베이스로 안전성, 효과성을 검토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도수치료가 '도수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잉 진료가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도수치료 그 자체를 과잉 의료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도수치료를 주로 하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 따르면 도수치료는 치료 효과가 있는 의료행위라는 점이다. 외국에서도 6년제, 7년제 대학이 있을 만큼 정규 과정이 있는 것이며 수술 후 관절 구축이 온 환자나 무릎 인공관절치환술 후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다. 즉, 외상을 입었거나 수술을 해서 관절 부위에 운동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실시하는 재활치료에서 도수치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특정 비응급, 비중증, 외래를 기반으로 하는 비급여를 선택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며 "도수치료를 하는 의료기관 중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비도덕적인 기관은 사실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한하겠다고 도수치료 전체를 규제하려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급여를 규제한다고 이를 못하게 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이동할 일도 없다"라며 "도수치료를 못하게 하면 다른 치료로 이동하지 필수의료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성필 대한개원의협의회 총무부회장도 "도수치료 급여 범위를 조절하는 등 급여권으로 편입시키려는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도수치료 자체가 과잉이라며 불필요한 치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며 "건강보험 시스템 안에서 병명 자체가 건강보험 대상이라면 혼합진료 범위 자체를 설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부 비급여에 대해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것도 우리나라 의료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도 환자도 누구도 만족할 제도가 아니며, 오로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만 낮춰주는 방책이라도 평가했다.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손실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돼오기도 한 터였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경기도 한 병원장은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가 아니라 단순 기능 개선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면 실손보험에서 지급하지 않으면 된다"라며 "환자도 무조건 병원에서 비급여로 치료받으면 실손보험 청구를 하면 되는 줄 안다. 그 인식을 깨야 하는데 그 인식을 깨는 일은 보험사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필 부회장 역시 혼합진료 금지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실손보험사 영리에 부응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도 할 수 있는데 오늘은 급여 치료를 받았으니까 내일 다시 와서 도수치료를 받으세요라고 하면 환자만 피해를 본다"라며 "누구를 위해서 혼합진료 금지를 꺼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손보험사들이 약관을 바꾸고 도수치료 대상을 조절하거나 횟수를 제한하면 되는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정책화할 이유가 없다. 보험사의 이득을 위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