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후배 동료 의사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일상적인 인사를 건네다가도 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2024년의 마지막입니다. 의협회장 후보 기호 5번 최안나, 인사 올립니다.
우리 의사들에게 2024년 한 해는 일년 내내 춥고 혹독한 겨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비상계엄 속에서는 급기야 의사의 '처단'을 운운하는 포고령이 공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계엄은 짧게 막을 내렸지만 반인권적인 정부의 폭거에 맞선 젊은 의사의 '노동권'과 '직업선택권'은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신입생 증원에 따른 정시입시가 강행됨으로써 의대생들의 '교육권'도 내팽겨쳐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혁의 탈을 쓴 각종 의료악법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세계 최저의 의료수가와 세계 최악의 사법리스크는 우리 의사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솔선수범하여 헌신했던 의사와 의료기관들은 이제 심사와 환수라는 정부의 '토사구팽'에 질식하고 있고 '낙수과'라는 천박한 조롱 속에서도 묵묵하게 환자의 곁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선후배 동료의사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채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이 매일 환자의 곁을 지키던 젊은 의사들은 의사로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병원을 떠나게 된 것은 물론, 이제 군 입대 문제로 발목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을 세우고 헌신할수록 오히려 공권력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각한 개인 피해마저 감수하게 되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시스템에 의해 의료계가 철저하게 죽임 당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14만 의사 회원 여러분!
상식적이고 정당한 문제제기마저 철저히 무시당하는 이런 구조에서, 언제까지 당하기만 하시겠습니까?
의료정책에 대한 소식이 뉴스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의사들에 대한 기사가 신문 1면에 계속 실리는 이런 격변의 시기는 그동안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전국민 건강보험의 도입, 의약분업, 원격의료, 2020년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증원 추진, 그리고 2024년 현재가 그렇습니다.
이 시기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위기인 동시에 기회였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사회가 의사들의 한마디에 조금은 집중하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어차피 안 될 거라는 패배주의가 먼저 나서길 주저하게 만들었고,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협회의 모습을 보며 각자도생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들이 설계해 놓은 좁은 운동장 안에서 여러 직역과 많은 전공으로 나뉘어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갖겠다며 의사들끼리 경쟁하고 반목하기만을 반복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하나 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과 2020년, 두 번의 정부와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의료계와 합의 없이는 정책을 강행하지 않겠다던 정부와의 약속이 휴지 조각이 된 것은 저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의사들은 결코 단합하여 대항하지 못하리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정부는 의료계의 여러 목소리에 대해 '대표성이 없다'며 평가절하합니다. 의료계가 단일대오로 맞서면 지금과 같은 정책 강행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분열을 유도하고 의사들이 모래알 집단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 동료 선후배 여러분.
그래서 무엇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하나로 뭉쳐 일어나는 것입니다.
불합리에 맞서 당당하게 의료주권을 쟁취하고, 오명을 불식시키는 역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 의사들이 떳떳하게 바른 의료를 추구하고, 전문가로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님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약속 드리겠습니다.
먼저, 집행부를 특정 직역이나 지역, 특정 전공이나 인맥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지 않겠습니다. 투명한 인사를 통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선생님들을 고루 모시고 수시로 회원님들께 검증 받겠습니다.
또한 회원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산처럼 무겁고 신중하게 처신하겠습니다. 동시에 해야 할 말은 분명하게 말하되 필요없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겠습니다. 14만 의사의 품위를 제가 지키고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당장 회원들이 고통받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협회의 효능감을 증진하고 자발적으로 회비 내고 싶은 의협을 만들겠습니다.
성분명처방 저지와 선택분업 도입, 의대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수탁고시 상호정산 인정, 의무사관 노예계약서 해방, 한방척결 해내고 말겠습니다.
할 일 하는 의협, 회비 아깝지 않은 의협으로, 책임지고 바꾸겠습니다.
기호 5번 최안나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