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공청회서 의학계 "명백한 의료행위" 일침
정부도 "간호사 마취 허용은 의사 전문화 역행" 난색
"과거 마취간호사가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마취간호사 제도가 도입된 1970년 당시 전국 65명에 불과했던 마취전문의가 2015년 현재 4800여명으로 늘어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취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명백한 의료행위로 열악했던 상황과 지금이 같을 수 없다."
이국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마취전문간호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마취전문간호사 마취행위 입법화 주장에 이같이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과 대한간호협회가 공동 주최해 마련됐다.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미형 센트럴병원 마취전문간호사는 "2010년 대법원이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적법하게 시행한 마취전문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가 의료법 위반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후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를 시도한 것이 확인되면 사건의 잘잘못 보다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취전문간호사의 역사가 깊은 미국의 경우 마취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국현 이사장은 "마취전문간호사로 자격을 인정 받기 위한 교육과정은 마취 행위를 할 수 있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마취에 대한 진료보조 행위를 담당하는 인력 양성에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마취간호사 제도를 도입할 당시 시대여건에 따라 마취시술을 진료보조행위로 규정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 마취의학은 고도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요구되는 임상진료행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마취전문간호사 교육이수 시간이 200시간 이상·실습 1480시간에 불과한 데 비해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는 마취 건수 800건 이상·임상교육 1만 6640시간 이상으로 큰 차이가 있고 연수교육·학술대회참여·집담회·제출논문 등을 교육을 통한 안전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취전문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사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국현 이사장은 "의료제도에 있어 각 나라마다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의 의료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미국은 유아사망률이나 평균 수명에 있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뒤쳐져있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보장성은 강화되고 있지만 오르지 않는 수가가 문제다. 특히 마취과의 경우 평균적으로 외과 수가의 5분의 1, 혹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마취간호사와 마취의가 힘을 합쳐 저수가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마취전문간호사에게 마취행위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마취사고는 큰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수술에서도 발생하곤 한다. 마취사고가 발생하다보니 현재 일반 의사들도 가능한 마취를 마취전문의만 가능토록 더욱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마취전문간호사에게 마취를 허용하는 것은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마취행위를 허용한다는 유권해석을 2010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에는 달리하고 있다"며 "의사가 직접 지시하고 지켜본다 할지라도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마치고 객석에서 "10년 마취한 마취전문간호사와 신입 의사 중 누구에게 가족의 마취를 맡기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질문에 이일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고시이사는 "마취전문간호사가 10년을 했건 20년을 했건 불법 의료행위다. 이런 질문은 마취과 전문의를 배출하는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한다"며 "위법행위를 오인했다면 이제라도 그만 해달라. 고도로 교육된 전문의들이 충분이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