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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이야기

[신간]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이야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12.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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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지음/시공사 펴냄/1만 3000원

 
"…근대에 만연했던 결핵은 낭만주의 작가들의 염세적 세계관에 영향을 끼쳤다. 콜레라와 같은 열대병은 열강의 식민지 확장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은 황열 모기와 예선전을 치른 후에야 열강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스탈린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한국전쟁은 훨씬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질병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질병과 의료 역사에 대한 논문과 저술활동을 통해 의학과 인문학, 예술을 결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박지욱 원장(제주·박지욱신경과의원)이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질병과 의학의 역사를 풀어 놓는다. 의학을 통해 본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진료실 안팎을 넘나들며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의학에 관해 한 번쯤 가졌을 법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간다. 병원은 왜 십자 기호를 쓸까, 의사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등과 같은 단순하지만 의학의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한편, 전쟁 중 잘못된 정보로부터 시작된 스테로이드 이야기와 실패한 협심증 치료제 비아그라, 겨자 가스에서 탄생한 항암제, 인공수정으로 75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제이콥슨의 스캔들 같은 질병과 치료법을 둘러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알려준다.

인간의 질병과 치료제를 둘러싼 뒷얘기에는 감춰진게 많다.  저자는 숨겨진 진실을 유려한 글솜씨로 재미있게 풀어간다.

일례로  '심각한 뇌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얄타회담의 빅3'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저명한 신경학 교과서인 <툴레의 뇌졸중>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민족의 비극과도 연관된 이 회담의 주역들인 미국·영국·소련의 정상들은 모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조금씩 뇌기능에 이상이 오게 되고,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혈액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뇌세포들이 조금씩 망가지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고집불통이 되거나, 판닥력이 약해지고, 불필요한 의심이 늘기도 한다. 당시 처칠은 심한 건망증에 시달렸고, 스탈린은 과도한 의심증으로 유명했다. 그들 보다는 젊었던 루즈벨트 역시 혈압이 180/100mmHg이나 됐고,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이들은 과연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 밖에도 국립 현충원에 묻힌 캐나다 수의학자 스코필드 이야기와 상한 소시지에서 시작된 보툴리눔독소 이야기, 파나마 역사를 바꾼 황열 모기 이야기, 결핵·당뇨병·고혈압·폐소생술 이야기 등에 얽힌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 첫 장을 넘기면 저자가 펼쳐 놓은 20가지 이야기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20가지 이야기는 ▲병원은 왜 십자 기호를 쓸까? ▲의사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발소에서 듣는 외과의 역사 ▲스테로이드라는 절대 반지 ▲결핵이야기 ▲고혈압이야기 ▲당뇨병 이야기 ▲해부학의 역사 ▲노벨상을 받은 시험관아기 ▲화약에서 비아그라까지 ▲보툴리눔 독소 이야기 ▲독가스에서 항암제까지 ▲내 머릿속의 튀르크안장 ▲심폐소생술 이야기 ▲석호필을 아시나요? ▲유엔 의료지원단 이야기 ▲폴리오 이야기 ▲파나마 역사를 바꾼 황열모기 ▲얄타회담의 숨은 배후 ▲춤추는 유전자 등이다.

'진료실의 고고학자'로 불리길 좋아하며 지금까지 <메디컬 오디세이> <신화 속 의학 이야기> 등을 펴낸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오늘날의 의료 현장에서 출발해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마치 도서관 도서관 서고처럼 과거의 현장들이 3차원 공간에 배열돼 있는 가운데,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그 시공간으로 이동할 것이다. 독자들도 마음에 드는 장면을 골라 편하게 읽었으면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사소한 것들의 역사성을 체험하면서 '여기에 이런 일도 있었어?' 하며 빙긋 웃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진료실의 고고학자'로서의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02-204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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