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협박 감소 전기 마련...해묵은 행정처분 불안감 '해소'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법 등도 통과
국회는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의료인 폭행방지, 행정처분 공소시효 관련 의료법 개정안 등 130여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의료인 폭행방지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이 발의했다. 핵심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들에게 자행되는 폭행·협박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가중처벌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폭행·협박 등은 이미 형법에 의해 처벌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을 불필요하다며 반대해 이후 3년여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2015년 4월 보건복지위원회는 시민단체들의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뿐 아니라 의료인에 의한 환자 폭행도 처벌하도록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을 수용해,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회부했다.
이후 여러 번의 법사위가 열렸지만, 여야의 정치적 갈등 상황과 병합 심리된 다른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에 발이 묶여 번번히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지난 4월 28일 열린 법사위에서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다.
이어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해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이 환자나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행·협박 등 받는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앞으로는 진료실 내부는 물론 진료실 밖에서도 의료행위가 시행되는 공간이라는 전제하에 폭행이 발생한 경우에는 의료기관 내 장소의 구분 없이 같은 처벌한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포함됐다.
특히, 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을 애초 법안의 '의료인'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종사자'와 '진료를 받는 사람(환자)'으로 확대하고, 처벌규정은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등 기물파괴·손상 ▲의료기관 점거행위 등에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했다.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공소시효 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2013년 4월 10일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했다. 핵심은 의료인 자격정지처분 관련 규정에 '처분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났을 때는 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 역시 의료인 폭행방지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2년여 동안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됐다. 그러던 중 2015년 9월 법안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던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법 검토에 들어가면서, 대한의사협회 비롯한 의료계도 법 개정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같은 해 11월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의 개정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지난 4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5월 18일 19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결된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의 시효를 두되, 처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또는 7년이 경과하면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으며, 소송 기간은 시효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 시효는 7년, 이밖에 리베이트 수수 등 시효는 5년이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라베이트 수수 시효 역시7년으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의협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5년으로 단축됐다.
이로써 지난 2011년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에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있던 1만여 명의 의사들은 행정처분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전이었더라도 이미 행정처분이 내려진 건은 구제되지 않으며, 소송을 했거나,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건의 소송 기간은 시효에 산입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 기간을 제외한 후 5년이 지나야행정처분 시효가 만료된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의료인 폭행방지, 행정처분 공소시효 관련 의료법 개정안 외에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관련 개정안도 의결됐다. 핵심은 의료인의 의무에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힌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애초 개정안에 포함됐던,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처벌조항은 의협의 요구로 삭제됐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 내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미용 목적 환자유인 성형광고 금지 ▲시군구장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의 폐업신고 수리 거부 ▲환자 진료기록부 사본 발급이 가능한 사유에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 역학조사 추가 ▲의사 등이 환자에게 의약품을 주는 경우 약제 용기에 환자 이름, 용법·용량 등 기재 의무화 ▲의료기관 개설자 준수사항에 의약품·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사용, 감염환자 진료기준 등 신설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의료법 외에도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신보건법 개정안, 지역별 병상총량제 근거를 마련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자동제세동기 등 심폐소생 응급장비 구비 의무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을 신설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의료기사의 업무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규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도 의결됐다.
한편,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분쟁조정 강제개시 대상을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라 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의결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애초 분쟁조정 강제개시 대상을 '사망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안해 법사위에 회부했지만, 법사위 논의 끝에 중상해 범위가 상당 부분 축소됐고, 법사위 의결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