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소통의 연설

청진기 소통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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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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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지난 여름,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 투자 진흥회의의 모두 발언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속에 살더라도 사람들은 당신 집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낼 것입니다."

여기서 쥐덫은 미국 올워스 회사의 쥐덫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올워스의 쥐덫'에는 변형된 숨은 뜻이 있다. 미국 올워스 회사는 디자인이 예쁜 쥐덫을 만들어 제품을 혁신시켰고 초반에는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사용이 불편해 사람들이 구형 쥐덫을 선호하게 되면서 신형 쥐덫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결국 올워스의 쥐덫은 '더 나은 쥐덫의 오류'로 혁신제품이 실패하는 일례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그 전체 의미를 모르고 인용했던 것이다.

혹간에는 이 사건이 기존 연설기록비서관이 사임하면서 연설문을 작성하는 보좌진의 혼란 때문에 일어났던 해프닝이었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서관이 쓴 연설을 그냥 읽는 것이 연설자는 아닐 것이다.

수많은 지도자와 정치가들은 매일처럼 연설을 한다.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세 명의 젊은 스피치라이터가 있지만, 원고를 앵무새처럼 받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영혼을 불어넣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점점 더 커지는 계층 간 소득격차, 인종 간 갈등으로 미국이 혼란을 겪고 있을 시기의 연설에서, "진보적인 미국도 보수적인 미국도 없습니다. 미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흑인을 위한, 백인을 위한, 히스패닉을 위한, 아시아인을 위한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 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스스로 밤새워 연설 원고를 직접 만들고 보좌진에게 회람을 돌려 다듬었다.

아나운서 김은성은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책에서 '소통'이란 '서로 이해하는 것'이며, 공감대의 형성을 통한 진심어린 설득작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통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념과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타인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공감의 노력,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경청, 막힘없이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명료성, 자신의 주장을 반복해서 주장할 수 있는 반복과 자극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는 진정성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복과 자극으로 가장 설득력있는 소통의 연설문을 해낸 사람은 마틴 루터 킹이었다. 1963년 그는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에서 'I have a dream'이라는 주제로 감명을 주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들의 아들들과 노예소유주들의 아들들이 형제애가 넘치는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의와 억압의 열기로 숨이 막히는 미시시피조차도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입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윤태영은 노무현 대통령의 설득과 소통에 대해 풀어낸 <대통령의 말하기>를 펴냈다.

그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재임 중 연설문을 작성하는데에 있어 구술과 수정작업에 무한한 공을 들이고 혼을 담은 연설문을 만들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했던 대통령이었다고 평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그의 솔직한 두괄식 표현과 깔끔한 묘사는 대통령들 중 인정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6년 청와대 오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넘어야하는 다섯가지 고개가 있습니다. 첫째, 여소야대입니다. 둘째, 지역감정입니다. 셋째, 정치언론의 공세이고 넷째, 여당 권력입니다. 다섯째 권력기관입니다. 이제까지 이를 넘어선 대통령이 없습니다." 그가 떠난 지금까지도 설득력 있는 말인 듯하다.

우리는 며칠 전 대통령의 담화문을 들었다.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께 송구스럽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 생각해 추진됐던 일인데 참담하다."

결코 개인의 철학이나 신념을 찾아볼 수 없는 담화문이었다. 한 주를 마감하는 토요일, 조용하고 편안해야 할 주말에 100만여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국민들은 소통의 연설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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