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가 추천한 연자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바꿔달라 요구
신경정신의학회,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와 뭐가 다른가" 분통
보건복지부가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국제 포럼 행사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추천한 좌장과 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연자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회의에 담당 공무원의 이같은 갑질 횡포에 분통을 터뜨리고 담당 공무원의 해명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월 28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동 주최로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국제 포럼'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내외 많은 법률 전문가, 사회복지 전문가, 관련단체 등이 참여했다. 특히 대만·호주·일본의 정신과전문의들 역시 연자로 참여해 각국의 정신보건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대표 조직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들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정신과 전문의들도 참여하는 국제 포럼 행사에 2017년 5월 새롭게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일선에서 정신장애인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것.
이와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보건복지부는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등의 단체들과 먼저 국제 포럼을 기획했고 해외연자구성과 초청이 끝난 상태인 7월 31일에서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공동 주최를 권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시한이 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국제 포럼 행사에 공동 주최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시급하게 좌장, 발표, 토론을 맡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추천했으며, 이를 공동 주최 측인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에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발표와 토론을 맡은 당사자들은 불과 3주라는 짧은 시간에도 일일이 예약 환자들에게 전화해 진료일정을 조정하며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행사가 열리는 10여일을 앞두고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학회가 추천한 좌장과 연자를 본인들이 선호하는 다른 연자들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이러한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부당한 압력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결국 공동 주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학술행사에서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개입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이런 행태는 과거 문화·체육계에서 행해진 블랙리스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롭게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법 개정에서 전문가를 배제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향후 정신건강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학술대회마저 이처럼 반쪽으로 진행되는데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회는 "학술회의 행사에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간섭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