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국회서 제도화·수가 산정 요구..."국민건강에 일조하고 싶다"
일부 전문가·복지부 "제도화 앞서 충분한 연구·검토 필수" 난색
대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이 방문약사 제도화와 수가 산정을 요구했지만, 학계와 보건복지부는 난색을 보였다.
현재 의료환경이 방문약사를 제도화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방문약사의 복약지도와 건강상담 등이 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침범해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특히 방문약사 제도화와 수가 산정에 앞서 현재 진행 중인 방문약사 시범사업과 관련 연구를 통해 제도화 필요성을 우선 검증한 후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13일 국회에선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 경기도약사회 주관으로 '방문약사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약사단체들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층의 유병률이 높고, 이들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데도 방문약사가 환자를 찾아가 복약지도를 하는 방문약사 제도가 수년간 시범사업 형태에 머물고 있다며 방문약사 제도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노년 재가 서비스가 필요한 요양 환자에게 방문간호 등 방문 건강관리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약품 관리에 대한 취약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약사가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보건복지부의 견해는 달랐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창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연구교수는 현행 의료환경과 제도하에서 방문약사 제도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방문약사 제도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히 방문약사의 복약지도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는데 의사가 환자 방문을 통행하지 않을 경우 방문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방한 의사와 방문약사 간 명확한 관계설정 없이는 방문약사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논지였다. 다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중복 투약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현실적으로 처방 의사의 처방 변경 없이는 투약 약제 수를 줄일 수 없으며, 만일 방문약사가 약제 수를 줄이려고 할 경우 의료행위 침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다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여러 의사에게서 처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각 처방의 변경을 위한 조율을 방문약사가 하기 힘들다. 방문약사 서비스는 독립된 서비스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면서 "먼저 방문진료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지역 포괄적 의료서비스 공급 시스템과의 협력 관계 역시 정립돼야 한다. 수가 산정 등에 대한 성급한 논의보다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안진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방문간호서비스 체계 내에서 야사의 역할은 약과 관련된 확인이 필요할 때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제도 구성상 문제라기보다는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창오 교수의 지적대로 지역 기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제도화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가 산정은 꽤 먼 이야기지만, 방문약사제도가 자생하려면 원칙적으로 지불제도가 필요하긴 하다. 제도화 이전에 관련 연구 등을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끝으로 "이번 정부에서 보건의료를 중요한 화두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한 직역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문약사 같은 사업을 개별사업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지역 기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 구축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노력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