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공급과잉…2028년 OECD 평균 앞질러

의사인력 공급과잉…2028년 OECD 평균 앞질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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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 한국 3.1% VS OECD 0.5%
의협 "부실의대 의사국시 자격 제한·통폐합 방안 법제화 해야"

한국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의 0.5%에 비해 6배 가량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8년부터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2020년도 보건의료관련학과 입학정원 산정 관련 의견'을 통해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의사 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서남의대 사태를 예로 들며 "부실 의과대학 증설 허가 등 비가역적인 정책은 되돌리기 어렵고,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부실 의과대학 통폐합과 의과대학 신·증설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치적·경제적 목적 등에 의한 부실 의과대학의 양산을 차단하고,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을 고려해 의료계와 함께 중장기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도 지적했다.

OECD Health data 믿을 게 못 돼…무분별 의대 신·증설 막아야
의협은 OECD Health data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우리나라 특성을 반영한 객관적 지표가 아니다"면서 "무분별한 의과대학 신·증설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마다 의료 환경 및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성향, 의료제도 등 의료 전반적인 시스템의 차이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의협은 "그동안 정부는 OECD Health data에 기반한 단편적인 자료를 근거로 다른 나라에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신문 윤세호
ⓒ의협신문 윤세호

또 "OECD Health data는 나라별 사회적·경제적 특성을 배제한 단순 데이터로, 의사인력의 급속한 증가율 및 의사밀도, 향후 인구감소 등으로 인한 부작용 등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객관적 지표라 보기에는 어려우며, 국제데이터(OECD Health data)와 국내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임상활동의사 수(공급)는 증가한데 비해 임상활동의사 1인당 국민 수(수요)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인력 수급문제 해결보다 정부 당국 의대 신설법안 강행
의협은 "의사 인력양성은 약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의사 인력 수급문제는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 배출까지 전 주기적 관점에서 다뤄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의료인력 계획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자료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 된 사안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데에도 시차가 존재함에 따라 시의적절한 수급정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그동안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등에 대한 평가 강화 및 무분별한 의과대학 신·증설에 따른 문제점을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에 수차례 제기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오히려 정부 당국에서 의과대학 신설 법안을 강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증가로 인한 의사 수 증가가 국민 의료비 및 국민의 의료접근성 등 보건의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국가 차원의 수급조절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하고, 그 하나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의협신문 윤세호
ⓒ의협신문 윤세호

신규 의사 인력 공급과잉 심화…초 공급과잉 지속 심각
의협은 신규 의사 인력 공급과잉 현상 심화 및 초과잉 공급이 지속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은 3409명(2015년 기준)으로 파악되나 의학교육의 특성인 유급제도와 휴·복학 등으로 실제 연간 졸업생은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2000년 대비 2014년에 7.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의사 수는 7만 2503명에서 11만 2407명으로 55%나 늘어나, 의사 인력 공급과잉이 지속하고 있다.

ⓒ의협신문 윤세호
ⓒ의협신문 윤세호

의협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활동의사 수는 증가하는 반면, 임상활동의사 1인당 국민 수는 감소하는 추세여서(공급은 증가하는데 수요는 감소) 의사 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3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 간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0.5%보다 무척 높았고, 2028년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사 인력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의대 인력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현재 의사 인력 수급 부족이 아닌 의사 인력의 공급과잉이나 초 공급과잉을 우려해야 하며, 의사 인력 공급과잉에 따른 의료자원의 비효율성 및 국민 의료비 상승 등의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 최고의 의사 접근성…OECD 회원국 중 의사 밀도 3번째
의협은 '의사 밀도'와 '의사 접근도' 측면에서 동일 면적내의 의사수와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면적을 비교해 실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를 국가별로 산출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10㎢당 10.44명으로 이스라엘 12.39명, 벨기에 10.67명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 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 수를 더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지금도 높은 의사 밀도를 더 높여 과밀화를 조장할 수 있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사 인력 공급과잉 및 경쟁 심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의 왜곡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해 2020학년 입학정원에서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부실 의과대학의 양산을 차단하고 의료인력 수급의 적정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부실 의과대학 졸업생의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격 제한과 같은 사후적 장치와 함께 부실 의과대학의 통폐합 및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 등 사전적 제도의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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