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약침)·모커리한방병원(일반한약) 등 2개소
의료계·한약계·국회 "안전성·유효성 검증 우려"에도 강행
의료계가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지 않은 약침용 약물과 주사제 대량 제조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한 '한약 원외탕전실 인증제'가 결국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통해 2개의 원외탕전실을 최초로 인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원외탕전실은 '자생한방병원 남양주 원외탕전실(약침)'과 '모커리한방병원 원외탕전실(일반한약)'.
원외탕전실이란 한방 의료기관 외부에 별도로 설치, 계약을 맺은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침·탕약·환제·고제 등의 한방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98개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한약이 안전하게 조제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탕전시설 및 운영 뿐 아니라, 원료 입고부터 보관·조제·포장·배송까지의 전반적인 조제 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제도.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약침조제 원외탕전실 인증'과 '일반한약 조제 원외탕전실 인증'으로 '일반한약'은 KGMP(Korea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와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
기준을 반영한 기준항목으로, '약침'은 KGMP에 준하는 항목으로 구성했다.
모커리한방병원 원외탕전실은 중금속·잔류농약검사 등 안전성 검사를 마친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는지 등을 포함해 KGMP와 HACCP 기준을 반영한 139개 기준항목(정규 81개, 권장 58개) 평가를 통과, '일반한약' 분야 인증을 받았다.
자생한방병원 남양주 원외탕전실은 청정구역 설정 및 환경관리, 멸균 처리공정 등 KGMP에 준하는 항목 등 218개 기준항목(정규 165개, 권장 53개) 평가를 통과, '약침' 분야 인증을 받았다.
원외탕전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며, 인증을 받은 원외탕전실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자체점검 및 현장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도입한 지난 9월 이후 인증평가를 신청한 11개 기관을 평가한 결과, 2개 기관이 인증 기준을 충족했고, 9개 기관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원외탕전실은 한약진흥재단의 컨설팅을 통해 인증 기준에 맞게 시설 등을 보완, 추후 제한없이 인증평가를 재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원외탕전실 인증마크를 통해 안전하게 조제된 한약인지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조제 한약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인증 탕전실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공용원외탕전실 구축사업 예산 20억원을 포함한 2019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 28일 해당 예산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한편, 의료계를 비롯해 한약사와 약사 등은 원외탕전실 인증제가 ▲불법 제조의 합법화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지 않은 약침에 대한 면죄부 부여 ▲작업보조원의 무면허 조제 허용 등의 위법 행위를 유발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혈관과 피하조직에 주사 형태로 약물을 투여하는 '약침'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한한의사협회 등은 한약 원료 중금속 검사 및 멸균 관리 등을 통해 원외탕전실에서 만드는 한약 및 약침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임상적 안전성·유효성 검증과는 무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지적과 우려는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원외탕전실에서는 한약 등을 '조제'만 해야 하는데, 실제로 경옥고·공진단·약침 등을 한방의료기관에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외탕전실에서는 '조제'만 이뤄지는 것이고, '제조'는 아니다"는 답변을 내놔 대량으로 미리 만드는 한약 및 약침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