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과연 법에도 눈물이 있을까?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눈물이 있을 수 있다. '의료과실 없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분들이 불쌍하니까 그냥 정신적 위자료 조로 얼마 주고,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법원에서도 이런 논리 구조가 쟁점이 된 사건이 있다. 법적으로는 설명의무의 이원적 구조,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라고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이메일을 통한 조루증 상담이 있었다. 비뇨기과를 방문해 음경배부신경 부분절제술을 권유받았다. 동의한 다음 포경수술과 함께 음경배부신경 부분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3주 정도가 지난 후부터 감각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 귀두 및 음경 부위에 가벼운 접촉이 있는 경우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했다. 영구적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을 시행 받았다. 여전히 신경손상에 의한 신경병증 통증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에 준하는 상태다.
[1심]
수술 전 음경감각측정검사 등의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수술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던 이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조로 2000만원을 인정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9.12.24. 선고 2009가합5405 판결).
[2심]
피고가 다른 치료 방법 대신 이 사건 수술 방법을 선택한 것이나, 음경감각측정검사 등의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수술을 시행한 것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및 자기의 지식 경험에 비추어 의사로서의 재량을 넘어선 행위라 볼 수 없다며 역시 과실을 부인했다.
다만, 통상적인 위자료 수준을 넘은 7000만원을 위자료로 배상하라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11.2.24. 선고 2010나15983 판결).
[3심]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이고, 둘은 모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다.
이 사건 쟁점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범위였다. 대법원은 "위자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중대한 결과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했으며, "의사의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설명의무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보충)를 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4.26. 선고 2011다29666 판결)고 했다. 의사의 '객관적 양심'을 강조한 것이다.
[평석]
쟁점은 2000만원이냐, 7000만원이냐였다. 7000만원을 인정한 고등법원 판례 속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액수의 기준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감정이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 비뇨기과 사건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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