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개원가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곧바로 대학 병원 등으로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어느 때 개원의 단독 책임이고, 어느 때 공동 책임일까?
"다수의 의사가 의료행위에 관여한 경우, 그중 누구의 과실에 의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게 특정할 수 없는 때에는 일련의 의료행위에 관여한 의사들 모두에 대하여 민법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실]
여성 산부인과 개원의가 소음순 절제술을 시행했다. 마취유도 중 환자가 계속 엉덩이를 움찔하자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적정 투여량 이상의 마취제를 투여하게 했다. 호흡 정지가 발생했다. 내과 전문의로 일하던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두 차례 기관 내 삽관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대학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결국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의 상태로 있다가 사망했다. 산부인과 개원의·내과 전문의·산부인과 간호조무사·대학병원 의사 등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
[1심]
유가족 측은 마취 과실을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용량을 초과한 점, 간호조무사가 마취제를 주사한 점, 호흡 정지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기관 내 삽관을 두 차례나 실패한 점, 마취 과정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가 부족한 점 등을 주장했다. 몇몇 주장을 제외하고는 산부인과의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대학 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청주지방법원 2008.12.26. 선고, 2006가합3926·2008가합3777 병합 판결).
[2심]
망인의 산소 포화도 자료 제출 여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맥박산소계측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피고 측 주장은 자신들에 대한 불리한 측정결과를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판결문에 기재할 정도였다. 다만, 기관 내 삽관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과 전문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간호조무사가 마취 주사를 투여한 것 자체가 책임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참고로 간호조무사의 주사는 몇몇 전제조건 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대전고등법원 2009.9.22. 선고, 2009나229·236 병합 판결).
[3심]
대법원은 감정 결과를 종합하면서 '응급실 도착 당시 이미 비가역적인 뇌 손상이 발생했는지, 응급실 도착 당시에는 비가역적인 뇌 손상이 없었으나 그 후 폐부종과 같은 새로운 상태가 초래되어 저산소성 뇌 손상이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인용했다. 이 부분이 공동 책임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대법원 2012.1.27. 선고, 2009다82275 판결).
개원의와 대학 병원의 과실이 따로따로 인정됐고, 이 둘이 모여 공동 책임을 구성했다. 참고로 이 사건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 소송과 의료사고 손해배상소송이 병합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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