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지인을 소개시켜주신 기존 환자분들에게는 30만원 상당의 (체형검사나 도수치료) 상품권을 드립니다"라는 입간판 포스터를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둔 병원이 있다. 법적인 문제는? 검찰의 처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대한민국)는 시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존재한다. 기본권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가 바로 삼권분립. 그중의 하나가 헌법재판과 법원재판이라는 재판 제도다. 헌법재판 중에도 의료 혹은 의료과실과 관련된 의미 있는 결정들이 탄생하곤 한다. 인간이 자기를 알리고, 자기를 홍보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의료비즈니스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비즈니스와 비교하여 차별받지 말아야 하고, 그런 표현과 홍보를 통해서 의료인은 스스로의 행복을 확인하곤 한다. 검찰은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의료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쟁점]
검찰은 입간판 포스터 게시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이라고 보았다.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유인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 이런 형식의 의료광고가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는가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죄는 인정되지만, 혐의가 미약하다고 보고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기소) 대신 기소를 유예했다. 참고로 기소유예는 대한민국 검찰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막강한 권한 중 하나다. 다른 나라는 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최종 판단은 법원에게 맡기는 것. 그런데 우리 검찰은 죄가 인정되더라도 기소 자체를 '유예'하는 방식으로(마치 법원이 유죄는 선고하되 집행은 유예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자신들이 최종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다.
차라리 법원이라면 대법원까지 가서 다툴 수 있겠지만,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경우에는 다툴만한 실익이 거의 없게 된다. 이때 끌고갈 수 있는게 바로 헌법소원심판. 이 사건이 바로 그렇다.
[헌법재판소 결정]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했다. "피청구인(검사)이 2017.8.2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3568호 사건에서 청구인(의료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헌법재판소 2019.5.30. 2017헌마1217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근거는 이렇다.
첫째, 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는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에 준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법이 금지하는 '금품 제공'은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건은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내지 면제하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넷째, 포스터가 게시된 기간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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