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예방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전염될 확률이 높거나 전염시 사회적으로 여러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접종이 권유된다. 대신 국가는 법 제71조에 따라 예방접종 피해에 대해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예방접종 후 좌측 안면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있었다. 법에 따라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예방접종과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피해보상 거부처분을 내렸다. 환자는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었고, 다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소송으로 비화됐다.
[사실]
37년생인 원고는 2013년 서울 어느 구청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았다. 저녁부터 발열 증상을 느끼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가, 좌측 안면에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예방접종을 받기 전 양측 귀 이명 및 안면부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안면마비 증상은 없었다.
[1심]
청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원고 승소. 첫째, 기존의 이명 및 안면부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과 안면 마비와는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둘째, 예방접종과 안면 마비 증상 사이에는 시간적·공간적 밀접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점. 셋째, 폐렴구균 예방접종으로 인한 안면마비 증상과 관련한 의학적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2016.12.8. 선고 2015구합924 판결 예방접종피해보상거부처분취소)
[2심]
2심도 마찬가지로 국가 측인 질병관리본부장의 패소.(대전고등법원 2017.6.21. 선고 2017누2623 판결)
[3심]
대법원은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고 한 다음, 나아가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최종 결론은 "안면 마비가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하여 나타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안면 마비와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4.3. 선고 2017두52764 판결)"는 것.
1심과 2심은 환자 쪽이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국가 측이 승소한 것으로 뒤집힌 것이다. 사건은 다시 대전고등법원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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