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용 회장, 13일 기자회견 "리도카인 사용 합법" 주장
현대의료기기·혈액검사 이어 전문약까지 사용 확대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수원지방검찰청이 리도카인을 한의원에 공급한 제약회사에 대한 '의료법위반 교사' 및 '의료법위반 방조' 죄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불기소결정통지'를 적극 환영하며, 앞으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더욱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는 무면허의료행위로 기소돼 법원에서 의료법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의 처벌을 이미 받은바 있다"며 "이처럼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며, 검찰 및 법원에서 모두 불법행위로 판단한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또 "의협은 한의사의 무면허의료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의약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당 의약품 공급업체를 고발했으나, 검찰에서는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공급업체가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것을 제한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알고도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위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대한의사협회가 2017년 한 제약회사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하고 판매한 리도카인 주사제 1cc를 약침액과 혼합해 주사한 혐의로 해당 제약업체를 '의료법 위반교사' 및 '의료법 위반 방조'로 고발한 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2017년 12월 28일 수원지방검찰청을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의협이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제약회사가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리도카인을 쓰도록 판매한 것은 의료법위반 교사 및 방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2019년 2월 대검찰청이 재기 수사명령을 내렸다. 이번 수원지검의 결정은 재기 수사명령에 대한 후속조치이다.
수원지검은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도 의약품분류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가 되도록 규정한 점 ▲한방분야에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하거나 수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동물용 의약품을 자신이 직접 조제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제할 수 있다는 점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는 점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으로 정식으로 등록된 자에게만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여 왔고 그 중에는 한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도 포함되어 있는 점 ▲한의사에게 판매 후 리도카인 판매내역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 왔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이와 관련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점 ▲통증이 수반되는 한의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어 한의사의 일반의료행위(한방치료외의 의료행위)를 예정하고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의 행위가 논리필연적으로 의료법위반행위의 교사 내지 방조로 귀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재차 결정하게 됐음을 통지했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13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은 합법적인 한방의료행위"라며 한방의료 영역 확대를 기대했다.
최혁용 회장은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한약으로 만든 전문의약품은 한의사가 사용 ▲한방의료행위 시 보조적으로 전문의약품 사용 ▲생명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한의사 응급의약품 사용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이 3가지 영역에 대해서는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혁용 회장은 한약으로 만든 전문의약품 중 스티렌·신바로·레일라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스티렌은 100% 쑥으로 만든 것이고, 신바로는 자생한방병원에서 한약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의도로 임상을 거쳐 전문의약품으로 만든 것, 그리고 레일라도 신바로와 마찬가지로 한약을 원료로 임상을 거쳐 전문의약품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한방의료행위 시 보조적으로 전문의약품을 쓰는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도 언급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리도카인의 경우다.
"봉침치료는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최 회장은 "한방의료행위가 목적일 때 사용하는 마취는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작용 및 예방관리를 위해서도 전문의약품(응급의약품) 사용은 필수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봉침치료는 사전에 예상하지 못하는 쇼크(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비해 봉침치료를 하는 한의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응급의약품을 구비하고 있다"며 "생명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 한의사가 응급의약품을 비치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은 불법과 합법 여부를 떠나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원에서는 침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데, 한방의료행위인 침 치료를 위해 소독약을 쓰는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한의원에서도 한방의료행위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리도카인을 사용하다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해당 한의사는 자신이 한 행위(왕도약침 시 리도카인 사용)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자백했기 때문에 검찰로부터 약식기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 회원이 처벌받은 것은 법리적으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것이 아닌 한의의료행위 이외의 의료를 행한 것에 대해 인정해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일축한 것.
한의협은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 3항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며 그동안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합법이라는 한의계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옳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원지검의 불기소결정서에서는 한의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리도카인을 판매한 것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한 것은 약침요법, 침도요법, 습부항의 한방의료행위에서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전문의약품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향후 한의의료행위를 위해 수면마취,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협진해 전신마취를 하는 것도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법과 약사법 등을 개정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다시 한번 손봐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