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인신상해(人身傷害)'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배상소송의 기본이다. 의료 소송, 교통사고 소송, 폭행사건에 따른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은 법원으로 갈텐데, 이때 법원은 배상의 근거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인의 전문성을 활용한다. '신체감정'이나 '진료기록감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 이런 의료인들의 감정 결과는 판결에 절대적일까?
'감정 결과는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법원이 어떤 사항을 판단할 때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 판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법관은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특정 감정 결과에 따라 후유장해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2다70777 판결 등)'.
[사실]
2007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트렁크 부분이 손상되는 정도였다. 사고 다음날 병원을 찾은 피해자는 의사에게 "사고 당일에는 괜찮았다"고 했고, 의사도 '진찰상 특이사항은 없고 단순한 염좌 타박상 정도'라고 진단할 정도로 비교적 경미한 사고였다.
그런데 얼마 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예전에 '반사성교감신경위축증' 또는 '작열통'이라는 통증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워낙 희귀 질환이고 발생기전이 현대의학으로도 명확치 아니하며, 피해자의 생활습관 등을 원인으로 하여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서 추돌사고와 CRPS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놓고 심한 다툼이 벌어졌다.
의료진의 감정 결과가 핵심 쟁점인 사건. 형식적으로는 교통사고 소송이지만, 본질적으론 의료인의 판단에 대한 법원의 채택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
원고측은 거의 9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약 2억 1천만원 정도를 인정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대학병원측의 감정 결과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2.8.14. 선고 2009가단30334 판결).
[2심]
원칙적으로 원고의 승소를 인정하되 손해배상책임을 55%로 제한했다(수원지방법원 2015.1.8. 선고 2012나32444 판결).
[3심]
상고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 추돌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그렇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채택했다.
둘째,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이 적정한지 여부다. 여러 기준 중 'F신체장해지침'의 적용이 합당했는지 여부다. 이 부분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셋째, 기왕증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에도 책임제한(기왕증의 기여도)을 해야하는지 여부 또한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이 부분도 하급심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19.5.30. 선고 2015다8902 판결). 교통사고 사건이지만 핵심 쟁점은 의학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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